푸켓은 두번 가 보았다. 한번은 홀로 나선 여행길에 머리를 식히고자 또 한번은 가족들과 함께 패키지 여행을 통해서였다. 두번의 여행 모두 목적은 달랐으나 느낌은 좋았다고 해야 할 거 같다. 그만큼 관광지가 아닌 휴양지로서의 푸켓은 매력이 많은 도시였다. 바다를 보면서 쉴수도 있었고 따뜻한 태양아래 여유도 찾을 수 있었으며 스노콜링이니 섬탐험이니 하는 볼 거리도 많아 긴 시간은 아니지만 즐겁게 보내다 올 수 있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일까 마음이 답답해지고 어디론가의 탈출을 꿈꾸면 나는 푸켓을 떠올리곤 했었다. 그러더니 이번겨울에 결혼하는 지인이 푸켓으로 신혼여행을 간다고 하니 한국의 차가운 바람보다 푸켓의 따뜻한 햇살이 그리워 더더욱 가보고픈 마음이 생겼던 거 같다.

 

보통의 샐러리맨들이 며칠씩 휴가를 내서 여행을 가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바쁜 일정, 새로운 장소나 사람에 대한 호기심에 비해 짧게 누릴 수 밖에 없는 시간에 대한 조급함이 더해져 흘러가는 초침소리조차도 아까워지기도 한다. 그래도 여행은 사람을 너그럽게 만든다. 전쟁같다는 표현을 쓰는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래서 여행을 떠나는 황금같은 기회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정보를 캐고 캔다. 이럴 때 도움을 주는 책들이 바로 여행가이드북이다.

 

가이드북 하나 없이 무작정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무슨 배짱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숙소도 여행할 곳에 대한 정보도 어디 하나 도움 받을 곳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겁없이 떠난 여행은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남기기도 했다. 더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는 여행은 늘 불안과 위험에 대한 걱정을 동반하곤 했기에 요즘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장소에 대한 사전정보를 충실히 찾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100배 즐기기>는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숙박과 관광지의 볼거리 할거리, 그리고 교통과 나라에 대한 소개등은 가이드 북의 생명이라 할 수 있다. 100배 즐기기는 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다고 해야 해나 그래서 애용하는 책이기도 하다. 더구나 매년 업그레이드 시키는 통에 그 정보는 생생하고 따끈하다 할 수 있겠다.

 

푸켓 100배 즐기기... 여름 휴가철도 아니지만 겨울에 떠나는 더운 나라로의 여행은 환상일 듯 하다. 공항에 도착해서 긴 코트를 맡기고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비행기에 오르는 즐거움을 만끽해 보고 싶지 않은가. 무거운 머리와 스트레스로 인한 짜증은 한국땅에 두고 가볍고 편안한 차림만큼이나 룰루랄라 신나게 푸켓을 여행해 보고프지 않은가. 신혼여행으로 많이 가는 섬 푸켓, 쾌청하고 아름다운 해변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색을 가진 바다, 이 세계적인 휴양지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이 꼭 필요할 것이다. 

 

이건 진짜다. 정계와 정치권에서는 어쩜 진짜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일반인들이 모르는 상위 몇 %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에도 희노애락이 있을 터이고 그 무언가를 뺏고 감추고자 하는 음모와 술수에 분명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누구나 한번쯤은 해 볼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정말 대단한 사람들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더러운 곳에는 절대로 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처리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누굴까? 입 무겁고 절대 비밀보장이며 일 하나는 깔끔하게 처리하는 철두철미한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VIP들의 의뢰만 받는 수수께끼의 조사기관 <탐정클럽>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펜끝에서 탄생했나 보다.

 

밀실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시체에 대한 이야기인 위장의 밤, 모두의 이해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죽음인 덫의 내부, 온 가족이 알고 있지만 너에게 만은 말할 수 없었다로 시작된 의뢰인의 딸, 두 부붑가 있었고 남편들이 죽었다 그런데 그 뒤의 음모는? 탐정 활용법, 두번의 결혼으로 태어난 두 딸 그리고 한 아이의 죽음 무엇인 진실인가 장미와 나이프등 5개의 단편이 조금은 독특한 반전의 묘미를 보이고 있다. 아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뭔가 깊이 있는 내용을 기대했다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을 거 같다. 하지만 모든 사건들의 "왜?" 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해 줄 수 있는 탐정클럽 덕분에 미궁에 빠질 수 있는 사건들이 속시원히 해결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단지 아쉽다는 것은 그들의 활약의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는 것 정도.. ^^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탐정클럽의 멤버인듯하다. 그들은 의뢰인으로부터 적당한 정황만을 듣고는 사라진다. 가타부타 어떤 질문도 없고 언제 해결하겠다는 약속도 없다. 그렇지만 일주일 정도 후면 어김없이 해답을 들고 나타난다. 때론 진실이 거부하기 힘들만큼의 고통을 수반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담담한 모습으로 치밀한 트릭으로 이루어졌던 살인과 베일에 싸였던 살인범을 지목한다. 모든 작품이 예상외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함께 추리하며 저자의 의도대로 이끌려 가다가 마지막에 마주치게 되는 진실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독특한 추리 스타일이 아닐까 .

 

<예지몽><교통경찰의 밤><흑소소설>등에 이언 4번째 만남이었지만 그의 대단하다는 다른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이나<백야행><붉은 손가락> < 명탐정의 규칙>등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그닥 별을 많이 주고 싶은 책은 아니다. 그래도 초반에 말했듯이 아주 가볍게 아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란 것에 만족해야지..

 

그게 처음에는 책을 먼저 읽었던 것을 아니란 거지.. 달달한 잘금 4인방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든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보면서 이 드라마가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드라마가 끝난 지금 그들을 잊지 못해 정은궐의 장편소설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읽게 되었으며 책을 읽으며 장면장면 드라마와 오버랩되면서 상유들과의 헤어짐을 잠시 미루고 있다는 거다. 드라마 한편의 힘이 정말 거대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거 소재 참 참신하다. 조선시대다. 유교사상이 엄격하게 지켜지며 사대부의 기개란 것이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대단한 힘을 가졌던 정조시대임을 생각하면 여인의 몸으로 남자들만이 생활한다는 성균관에 들어가서 학문을 익히고 사랑을 하는 김윤희란 처자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불경스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살의 청춘들은 이 모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놓았고 당대 노론과 소론의 당파싸움이 최고조 이르렀을때임에도 우정과 신의의 모습을 따뜻하게 그리고 거기에 남녀의 애틋하고 손발오그라드는 사랑이야기를 묻혀 냄으로서 스쳐가는 가을에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현대판 소설들의 막나가는 사랑이야기에 식상해 있던 독자들에게 어쩜 마음과 몸으로 글리면서도 서로가 사내라는 벽에 가로막혀 다가가지 못하는 윤희와 선준의 모습은 가슴두근거리는 첫사랑을 만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던 거 같다.

 

김윤희는 소녀가장이었다. 동생의 약값을 벌어야 했고 어머니의 생활고에 보탬이 되어야 했기에 어린시절부터 동분서주 돈을 벌수 있는 일은 다 했다. 하지만 어린 소녀가 할 수 있는 그닥 많지 않아 결국 동생의 호패를 빌어 남장행세를 하며 필사일을 해 왔다. 그녀의 탁월한 서체와 글솜씨 그리고 해박한 지식이 도움이 되었음이 다행이라 해야겠다. 그러다 이선준을 만난다. 잘생기고 똑똑하고 게다 예의까지 바른 이 남자, 어찌다 엮이게 되었지만 그가 마음에 들어오는대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스쳐가길 바랬는데 이젠 성균관에서 함께 그것도 한방에서 생활을 해야 한단다. 수많은 남자들속에서 남자로 버텨내야 하는 윤희 그녀는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이들만이 아니다. 드라마에서는 송중기가 분했던 여림 구용하와 유아인의 걸오앓이 신드롬을 만들었던 문재신도 멋지다.

 

어쩜 이렇듯 멋진 사내들만을 모아놓았는지 저자가 새삼 고맙다. 신방례에서 명받은 조선 최고의 기생이었던 초선의 속곳을 가져오는 통에 붙여진 대물이란 별호의 김윤희, 완벽이란 단어를 빼면 그를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로 여인네들의 마음을 흔든 선남이자 훈남도령이지만 뜻하지 않은 감정을 대물에게 느끼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흔들리는 가랑 이선준, 최고의 문장가이며 속으로는 한없이 따뜻하고 다정한 하지만 소론의 실세인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으로 반항아적인 행동을 하는 미친말 걸오 문재신, 유쾌하고 늘 밝고 주위사람들에게까지 그 기운을 전파하지만 대물도령을 본 후 그녀의 정체에 대해 늘 궁금하게 여기는 여림 구용하까지 그저 생각만 해도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감돈다. 이들의 별호마저도 너무나도 즐거운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한번 책을 잡으면 분명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릴 수 있을 것을 장담한다. 여인이면서 여인이 아닌채로 살아야 했던 김윤식 아니 김윤희의 기구한 삶을 함께 하면 눈물콧물빼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세게 뛸만큼 설레기도 하고 수줍음에 빨개지기도 하며 때론 낄낄대며 웃을 수 있기에 청춘들이란 그것만으로도 좋은 거 같다. 딱딱한 시대의 말랑말랑한 이야기라서 그럴까, 당시의 분위기에 비해 파격적인 내용들이 돋보인다. 그리고 하나더 책을 읽으며 좋았던 것은 타협할 줄 아는 인물들이었다. 윤희가 여인이란 것을 알면서도 묵인해주는 친구들, 그녀에게 가체를 선물로 보내는 어진 임금, 노론과 남인의 결혼이라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지만 선준의 장원급제에 그저 기분이 좋아 허허 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좌상까지 그들 모두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에 팍팍한 우리네 인생을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마도 잘금 4인방의 여운이 조금은 길게 내게 남아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2탄 <규장각각신들의 나날>로 가봐야 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