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은 hello 인가요 goodbye 인가요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을 읽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면, 제목의 '안녕' 이 hello 인지
goodbye 인지 궁금해서였습니다.
7월에 나온 아주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역시 저 '안녕' 이 무슨 뜻일지 정말 궁금
했습니다.
우리들의 결핍된 시간
그 미묘하고 민감한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누구나 한번쯤은 허무하고 멜랑콜리하며, 근원을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껴보지 않았을까요. 혹은,
청명하고 산뜻하며 선명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도
드물 것 같은데요. 소설은 90년대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는 어느 세 친구의 삶을 보여줍니다.
주인공들은 뭔가 부족합니다. 무언가 상실해 있고,
결여되어 있습니다. 내적인 문제도 있고 외적인 문제도
있죠. 금전적인 어려움은 아닙니다만, 오히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의 결핍에 신음합니다. 어른들과
사회에 눌리고 구속당한 채 이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건
견디는 것 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요.
어린 학생들이지만 살아가는게 힘이 든 만큼 그들은
더 친밀해지고, 더 서로에게 의지합니다. 무엇보다
독자인 저를 슬프게 하는 것은, 그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행복하지 않았던 때를 아름답게 만든 것은
주인공들의 고통스러운 학창시절을 어떻게든
정이현 작가는 마무리짓는 것 같습니다. 세속과
속물의 집합인 할머니를 묻고, 이 대한민국 땅을
떠나며, 자신의 삶을 폐관합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친구들 중 누군가는 이미 그랬을
것이고, 우리들 자신 역시 마음 속 어디가에도 고이
묻은 분노와 슬픔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90년대에 다발적으로 일어났던 '있을 수 없는 일들'
이 일어났던 사회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때의
학생들에게 참 공감을 일으키기 좋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도 별반 달라진 건 없어 보이네요. 아직도 이해
하기 힘들고 부조리함으로 가득한 사회는 여전합니다.
그 속에서 무력감과 지루함, 갑갑함, 부조리함을
느낄 학생들은 여전히 생산되고 있을 겁니다. 하여,
결국 이 소설은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 모두에게서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작가의 말
정이현 작가님의 '작가의 말' 을 다시 봅니다.
'...그들이 베푼 관용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이제 잠시
부풀어도 좋은 시간이다.'
내가 이 주인공들에게 해 주고 싶은게 있다면
따뜻한 시선으로 그저 조용히 바라보기,
그들의 삶과 처지에 대한 이해와 관조,
침묵 가득한 위로, 일 것 같네요.
다시 한번 제목 이야기를 해 보죠. 안녕, 내 모든 것,
분명히 헤어지면서 하는 안녕 이 아닐 겁니다.
'내 모든 것'이 보잘것 없고 많지도 않지만 주인공들에겐
'내 모든 것' 이라고 부를만큼 소중합니다. 그것들에게
안녕, 이라고 인사 한번 보내는 거죠. 정이현 작가님, 참
다정다감하신 분이십니다.
부슬부슬 비오는 오늘같은 날에 읽기 좋은
소설일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