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은이의 약력을 보았다.

1986년 서울 출생, 현 연세대 불문과 재학, 다수의 각종 청소년 문학상 수상..등등

'시계탑'과 '즐거운 장난'에 이은 세번째 작품이었다.

흠흠, 이제 겨우 스물 둘의 나이의 작가가 쓴 글이라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읽을 수 있을려나..내심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첫 장을 넘긴 난...

이틀 동안 직녀에서 푸욱 빠져서 밥상에서 밥을 먹다가도,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가도, 놀이터에서 그네 타는 아이의 앙증맞은 등을 밀어주면서도 오로지 '직녀의 한 줄 일기장' 생각뿐이었다.

성장 소설을 이렇게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게, 재미와 위트가 넘치면서도 깊이를 잃지 않고, 당돌한 주인공과 나를 일치화시키고픈 욕구에 푸욱 빠지도록 기발하게 써내다니... 

또한,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묘사 또한 게을리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마음속으론 죽었다고 생각한, 얼굴조차 몰랐던 엄마를 찾아가 목욕탕에서 헤프닝을 벌이는 '민정'의 아픈 마음을 살포시 엿보게 하였고, 모델이 꿈인 '연주'의 시행착오를 통해 그나이 또래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고, 가짜 명문대학 과외 교사 '봉구'씨가 마지막 콘서트를 통해 한 손으론 현실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론 꿈을 잡는다는 다소 현실적이지 않은 청년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고, '직녀 아빠'의 생활을 통해 현시대의 가장들의 힘든 고뇌를 엿볼 수 있게 하였다.

또한, '한 줄 일기장'에 숨어있는 의미 -남에게 읽혀도 사생활이 노출될 우려가 없다- 는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런저런 감정과 자질구레한 일상으로 가득찬 일기장으로 인해, 학창 시절 겪었던 무수한 시련들... 직녀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였다.

다사다난한 고교 생활을 마치고 대학에 입학하는 직녀의 다음 생활은 또 어떻게 꾸려나가게될지 내심 기대가 되기도 한다.

끝으로, 비록 내 마음의 한구석이지만, 작가의 나이로 선입견을 가졌음에 스스로의 아둔함을 탓하며, 오늘부터 직녀(?)로 살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