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코 서점> / 슈카와 미나토. 박영난 역 / 북스토리

 - 서점은 늘 나에게 흥분과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곳이다. 비록 서점의 큰 책장 하나 분량의 책도 다 읽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거기에 그렇게 많은 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항상 즐거웠다.

 아마도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그렇게 제목에 '서점'이라는 단어가 붙어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상기한, 서점에 대한 저런 이미지를 갖고 있는 나이기 때문에 서점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늘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서점과 연관되는 이야기는 같은 미스터리류(?)라고는 해도 조금은 이미지가 다른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같은 책이 더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사치코 서점> 같은 류의 책도 좀 다른 의미로 어울릴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미지의 차이가 조금 더 재미있는 책을 경험하게 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확실히 이 책은 내가 가지고 있는 서점에 대한 이미지와는 다른 죽은 자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나 무더운 올해 이 여름에 미스터리가 더없이 어울리는 계절이라고 생각하기고 하고.

 생각해보니 최근의 날씨도 구매하는 책의 종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푹푹 찐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요즘에, 가슴 한 켠이 서늘해 지는 경험을 책으로나마 해보는 것도 좋은 피서가 아닐까 한다. 어떠한 책을 선택하는 가는 물론 독자 개개인의 문제겠지만.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 히가시가와 도쿠야, 임희선 역 /지식여행

 -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은 <방과후는 미스터리와 함께>를 읽었던 것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금 오래되었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이 있어서 정확한 기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 때, 그 작품에는 다소 실망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방과후는 미스터리와 함께>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다소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쉽고 편한게 전부여서 문제이긴 했지만.

 여하튼 그런 기억을 가지고 이번에 두 번째로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을 선택하기는 했는데, 뭐 전체적인 총평을 먼저 해보자면 지난 번의 <방과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보다는 만족스러웠다고 해야겠다.

 유머 본격 미스터리 라는 띠지의 단어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자는 이 단어들이 상징하는 요소들을 비교적 책 내에 잘 녹여내었다. 조금은 가볍지만 그 와중에 조금은 무거운. 웃음과 심각함이 공존하는.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도 기회가 되는대로 한 번 읽어보아도 좋을 듯 싶다. 처음 선택한 작품이 문제였는지 이번에 선택한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가 개중에 나은 선택이었는지의 결론은 3번째의 책을 읽어야 비로소 결말이 날 듯 하다. 저자인 히가시가와 도쿠야에 대한 내 전체적인 인상도 아마 거기에 달리지 않을까 한다. 뭐 꼭 그것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 하더라도.

 <책은 도끼다> / 박웅현 / 북하우스

 -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문제는 늘 나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한 권이라도 더 읽어보고 싶다는 바람과는 달리, 책을 그저 읽기에는 삶이 그렇게 여유롭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많이 읽을 것'이 아니라 적게 읽더라도 '깊게 읽을 것'을 권한다. 돈오는 점수로 완성 되는 것, 저자는 그렇게 말한다.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물론 저자의 독법이 개개인 모두에게 맞는 것이라 할 수도 없거니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방식을 택할 권리는 당연 독자들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굳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지독한 다독주의자이기에.

 어릴 때에는, 그러니까 청소년이라는 호칭을 붙이기에도 애매한 그 나이대에 독서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범주의 책은 언젠가 모조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비록 그 장래희망(?)은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절대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는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그 꿈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했다고 할까.

 그래서 그런 것인지, 책은 천천히, 음미하듯이 읽어라라는 요구는 내게 어떤 의미로 가혹한 고문과 같은 것이다. 또 다른 텍스트가 저기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당장 이걸 빠르게 해치우고(?) 저 다음 것을 해치워야 하는데 진정하고 이거나 천천히 읽으라니.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에서라면 오는 당연히 돈오이고 수 역시 돈수였다. 그것이 꼭 깨달음이 아니라 할지라도 삶에서 번뜩이는 순간은 그 표현 그대로 번뜩인다. 에드가 앨런 포의 단편 중 하나의 첫 문장을 읽었을 때라든가, Dream Theater의 라이브를 처음 들었을 때라든가. 그래서 번뜩임은 순간이고 거기에서 뭘 더 어떻게 해봐야 그것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성철 스님의 말슴대로 돈오이고 돈수였다(그것이 내가 더 잘 닦지 못하여 고작 그 돈오의 순간에 그냥 머물러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렇다고 물론 처음의 이해가 다른 차원의 이해로 변한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인생을 살면서 지식, 경험, 상상의 총량은 변하기 마련이고 어릴 때, 혹은 이전에 이렇게 생각했던 것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저렇게 바뀌기는 한다. 그럼에도 다만 그것은 처음에 정확히 깨닫지 못했고 정확히 닦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하고 (혹은 우기고) 싶다.

 위와 같은 이유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주장과 싸우면서 읽어야 했다. 그래도 그렇게 고통스럽게 읽은 덕분(?)에 책 읽은 방식에 대한 다른 방식을 슬쩍이나마 엿보게 된 것 같아서 좋기는 하다. 내가 다만 저자가 권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또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자체가 또 하나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좀 더 읽어보도록 해야겠다. 어쨌든 나는 또 변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