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순전히 출판사에 대한 일종의 신뢰감 때문이다.

 

항상「학고재」에서 출간되는 책은 흥행보다는 어떤 가르침이 있는 이야기나
茶 한 잔이 어울리는 주제의 책들이 작금의 요란한 출판시장과는 상관없는
별세계처럼 다가온다.

 

책 겉장에 나온 저자소개를 보고 최근에 읽은 남극탐험 이야기 때문인지
여성 산악인으로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7천미터 이상 高峰 강가푸르나에
오른 분이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등산얘기가 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월간 山'을 보게 된 건가?!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어갈 수록 등산얘기 보다는 산악인 남난희氏의
인생을 반추하는 혹은 원숙한 시각으로 그간 걸어오며 느낀 세월을
여유있게 바라보고 적당한 호흡의 이야기로 담담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던 시기부터 산과 친구가 되어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히말라야의 강가푸르나를 오르고, 그 후 에베레스트의 꿈을 접고
「정선자연학교」와 아들 기범이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담긴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작가의 시각의 원숙해짐에 따라 읽는 이의 고개도 절로 끄덕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맛있는 문장이다. 아니 작가가 요새 業으로 하는
장 담그기와 같이 우러나는 맛이 있다고 해야할 것 같다.

 

솔직담백한 중년여성의 독백이면서 한 산악인의 오랜 산·자연사랑과
삶의 자세를 겸허하게 들어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서 마음이 훈훈해짐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최근에 읽은 가장 박진감 넘치고 이야기에 책장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물론 주제가 실존했던 탐험가들의 생애를 다루고 있고
작가가 양쪽 사실을 교차배치에 의해 시간의 흐름을
잘 표현했으며, TV 생중계가 없던 시절의 이야기를
요새 영상문법과 유사하게 리듬감 있게 배치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을 통해 탐험의 시작부터 강한 동기부여와
목적의식이 뚜렷했던 아문센에 비해, 국가적인 책무와
해군의 명예 때문이라는 다소 피동적인 동기로 꼼꼼한
준비없이 출발한 스콧의 남극탐험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스웨덴으로 정치적으로 독립했지만 재정적으로는 영국의
지원을 받던 신생 독립국이며, 당시 北歐의 약소국이었던
노르웨이의 사람으로 난센과 같은 국가적 영웅에 가리고,
미국인 피어리에게 북극정복을 추월당한 절박한 탐험가
로알 아문센의 입장과

 

전형적인 19세기 영국 해군장교로서 앞으로 승진과
장래를 고민하고 정치군인이 되어야 했던 로버트 팰컨
스콧의 입장은 사뭇 다른 그것이었다.

 

결국 목표를 구체화하고 인류 최초의 정복을 위해
스콧은 세클턴을, 아문센은 난센과 경쟁자인 스콧을
극복하기 위해 영하 40도의 혹한과 빙하와 눈보라를
뚫고 전진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두 사람과 관련된 여러가지 자료들을 꼼꼼하게
조사하여 출신, 성장기, 성격, 탐험 준비 과정,
리더쉽, 위기극복 과정 등을 하나하나 비교하여 독자로
하여금 이들의 경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또한
시사점도 얻을 수 있도록 한 편의 드라마틱한 紙上
다큐멘터리를 보여준다.

 

한 사람은 승자로 기쁨과 명예를 얻었고, 한 사람은
패자로 실망과 좌절,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 이 극지
탐험은 20세기 초의 국가주의 열풍에 편승한
'민족주의의 대리전'이었다는 저자의 분석이 오늘날
국제현실에 비춰볼 때 느낌이 각별했다.

 

동아시아의 중핵국가로서 우리의 국제관계상 역할론과
주변 견제세력에 의한 장기적, 역사적, 실체적 정체성
위협에 대한 대중적인 사실과 계몽·홍보를 염두해둔
한 개인 史學者의 辯.

 

각종 피지배사관과 다른 세계에 의한 역사 틀짓기와
역사적 정체성에서 비롯되는 자신감을 상실한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저자는 제국주의의 실체와 패권주의를 바로 이해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동아시아 주변국과
相生하여 西歐 世界에 상보적 동반자로서 21세기형 리더쉽을
발휘할 기회를 찾자는 주장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딱딱하고 다소 고루할 수 있는 歷史내용을 문답토론식으로
간명하게 정리하여 初心者도 쉽게 쟁점 한 가운데서 독서를
할 수 있는 지름길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동북공정'으로 발생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서
심화학습을 시작하려는 분이나 이러한 사안들을 통해
민족 정체성의 원형인 고대사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하는
분들은 필독이다.

 

고구려의 숨결이 살아 있는 중국 각 지를 수년 동안 직접
체험하고 탐사한 저자는 자신의 체험담과 역사적 지식과
사실을 통해서 우리를 1천7백여년전 고구려가 융성했던
시절로 돌려보낸다.
 
저자는 고구려의 전체 역사를 국가발전 전략에 맞도록
포장하여 자국의 역사 속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음모를
이 책을 통해 철저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2004년 7월10일, 11일 양일간 KBS에서 방영한
KBS 스페셜『고구려의 부활』편을 시청했다면,
이 책을 통해 논란의 중심을 잡을 수 있으며, TV에서
시청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자세히 읽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