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설의 제목을 접했을 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한문 같기도 하고, 외국어 같기도 한데 당최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노서아는 러시아를 가비는 커피를 뜻하는 말임을 알게 되었다.책 소개를 찾아보니 역시 유추가 맞았는데, 고종에게 매일 아침 최고의 커피를 올렸던 바리스타 여인의 이야기란다. 오호 그런데 그런 사람이 정말 있었단 말인가? 궁금증을 품고 책장을 넘기는데 이야기는 뜻밖에도 어떤 여자 사기꾼이 등장했다.

역관을 아버지로 둔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어느날 아버지가 임금님이 하사한 진상품에 흑심을 품고 달아나다 절벽에서 떨어져서 죽자, 노비로 끌려가서 평생고생 하느니 일단 살고 보자는 심정으로 달아나는 이야기로 소설이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친구들에게 일단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따뜻한 인정 대신 흑심을 품고 밤에 찾아오자 아버지가 남긴 폭탄으로 그들을 제거하고, 청나라로 망명한다. 거기서 어린 시절 배운 러시아어와 전각기술을 밑천 삼아서 가짜 명화를 파는 칭할아범이라는 노인의 조수로 수년간 일하지만, 부당한 대우에 불만을 품고 물건을 사러온 러시아장군에게 사실을 고하고 칭할아범에게 죽음을 선사한다. 

이번엔 러시아로 넘어가서 페테르부르크로 가서 생활하다가 우연히 만난 동네 꼬마 녀석과의 인연으로 사기조직의 일원이 되었는데, 주인있는 숲을 팔아먹는 조직이였다. 열심히 사기행각을 하던 중 우연히 만난 이반이란 남자 때문에 조직을 배신하게 되고, 그와 손잡고 사기를 하던 중, 우연히 러시아에 방문하는 사신단(개화기 때로 어수선한 시국에 당시 러시아에 도움을 받고자 방문한 사신단)의 소식을 듣고 그들에게 접근하고..(중략)

소설은 개화기라는 시대적 혼란기를 배경으로 러시아, 청나라, 조선 등을 오가며 박진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한다. 마치 잘 만든 로드무비를 보는 듯한 느낌인데, 주인공인 따나는 불행하고 위험한 인생을 사는듯 보이지만, 상황에 대한 비관 없이 냉정하게 살아가며 때론 동료를 배신하면서 혼란기에 생존하는 처세술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칫 음울한 분위기로도 흐를 수 있는 이야기인데, 작가가 그린 따나란 인물은 쿨하다. 그래서 보는 내내 통쾌한 감정이 들었다. 소설을 보기 전엔 역사소설이 아닐까 했는데, 뜻밖에 모험소설에 가까웠다. 출간 즉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되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노서아가비, 김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