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하면 젊다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나이 든 배우나 가수들이 때때로 젊어 보이고 싶어서 택하는 아이템이고, 제임스 딘으로 대변되는 반항과 청춘의 상징이기에 청바지에 대한 내 느낌이 그러하다. 청바지는 젊다는 이미지와 함께 때로는 고급스러우면서도 대중적 이기도한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렇듯 청바지를 생각하면 대체로 긍정적인 이미지들이 많이 떠오른다.

그런데 실상 청바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게 된다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일단 청바지의 소재가 되는 데님원단을 만드는 목화 재배에서부터 완성품이 되어 가는 과정도 그러하고, 우리가 입는 청바지가 생산지로부터 우리 손에 오기까지 거치는 유통과정 또한 그러하다. 비록 테어라벨에 분명히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쓰여 있을지라도 그건 단지 관세 상의 이유로 명기되어있는 편의상의 나라표시일뿐 중국은 실상 공정과정에 거쳐 간 수 많은 나라 중에 하나일 뿐이다.

예를 들자면, 아제르바이잔의 목화가 공정 중에 우즈베키스탄산으로 바뀌고 이탈리아에서 재단을 거쳐 중국에서 꿰매는 식이다. 그야말로 청바지는 세계화에 걸맞은 다국적 생산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 만드는 과정을 역추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청바지 제조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는 그런 청바지를 만드는 전 세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소 가격이 비싸다고 할지라도 공정과정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올바른 임금이 지급되기를 원하는 착한 청바지를 만드는 에든(책에는 에던이라고 표기되었지만, 실제로 에든에 가깝다.)의 디자이너 로건 그레고리부터 아제르바이젠의 목화감정사 메만, 그리고 저임금과 많은 노동시간으로 고생하는 캄보디아의 나트와 라이까지. 하나의 청바지에 실타래처럼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담겨있는 책이다.

책을 읽다 보니 청바지가 만들어지는 제조공정이나 복잡한 관세와 물류과정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각국이 처한 제조업 현실에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한 현실에 커피와 초콜릿을 만들고자 고생하는 중남미나 아프리카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처럼 이전과 같이 청바지가 단순히 멋지고 발랄한 이미지가 아닌, 이 청바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정과 사람들이 힘들었을까 하는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책을 전체적으로 평하자면, 청바지에 관련된 다양한 장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발상은 참신하다는 느낌이었다. 다소 딱딱할 수도 있는 주제인데, 그를 중화시키려는지 책의 표지나 띠지, 감각적인 소제목들도 보기 좋았다. 다만 내용 중간에 인물과 장소가 정신없이 변하는 점과 서양 책 특유의 너무 세밀한 주변 묘사가 오히려 책에 대한 몰입도를 방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블루진세계경제를입다, 부키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