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린 드뇌브(그녀는 1967년 사망하기 전까지 배우로 활동했던 언니 프랑소아즈와 혼동되지 않으려고 어머니의 처녀시절 성을 썼다)는 전혀 연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을 정도로 절제된 연기를 한다.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지만, 그녀는 '적게' 연기함으로써 사실상 대부분의 다른 여배우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고 하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면 그녀가 전달한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일까? 바로 그게 핵심이다. 드뇌브는 어떤 역할이든 간에 하나의 신비로 남아 있으려 한다. 그녀가 연기한 인물들에는 언제나 무언가 신비로운 면이 있고 그것이 바로 그녀가 우리의 관심을 붙잡을 수 있는 이유이다.
또한 배우로서 그녀의 뛰어남도 바로 그 신비에 있다. 그녀의 은밀한 분위기는 사적이고 내밀한 생각과 감정을 암시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그녀의 인물들에 더 온전히 자신을 투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냉정하고 과묵하다고 전해지는 금발미녀가 히치콕과 함께 일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1970년대에 그런 계획이 있기는 했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위대한 감독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십대 시절에 몇 가지 역할을 연기한 후? 그 중 「악덕과 미덕(1963)」으로 로제 바딤 감독과 사귀고 그의 아이도 갖게 되었다. 자크 드미의 모두 노래로 이루어진 낭만적인 멜로드라마 「셸부르의 우산(1964)」에 출연하면서 처음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러고는 드미와 함께 만든 또 한 편의 마력적인 영화 「로슈포르의 연인들(1967)」이 이어졌고 로만 폴란스키(「반항(1965)」)와 루이스 부뉴엘(「세브린느(1967)」, 「트리스타나(1970)」)과 프랑수아 트뤼포(「마지막 지하철(1980)」)의 영화에도 참여했다. 세 감독 모두 그녀의 '불가지성'을 영화의 핵심으로 만들면서, 그 순진해 보이는 얼굴의 유혹적인 겉모습 뒤에 도사린 왜곡되고 위험하기까지 한 욕망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