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부차트 가든,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된 곳이다.

장미정원, 일본정원, 이탈리아정원 등 테마별 정원을 조성하고 수많은 종류의 꽃과 나무를 심어 수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100년 전통의 정원. 사진 속 정원의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기억해 두기로 한 그곳에 한국인 정원사가 있다. 전남 신안의 한 섬에서 태어났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서 잘나가던 작가는 이민을 결심한다. 그곳에서 새로 가지게 된 직장이 바로 부차트 가든의 정원사.

 

이른 아침 가장 먼저 도착해 정원의 문을 열고 밤새 더 신선해진 공기를 마시고 꽃잎에 맺힌 이슬과 인사를 나누고 나무들과 눈을 맞춘다. 이름 모를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정원을 관람하러 올 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정원사이기에 밤새 떨어진 벚꽃 잎이 쌓여 더 운치있게 변한 길을 볼 수 있고, 모르는 이들이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지나치기 쉬운 특이한 꽃과 나무에 대해 손바닥 보듯 환하게 알고 있기에 더 즐겁다. 저자의 어머니가 정원을 둘러본 후 "너는 천국에서 일하는구나."라고 했단다. 사진 속 모습을 보면 정말 천국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정원사 일이 녹록치만은 않다. 그 천국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더운 열기 가득한 온실 속에서 모종을 옮겨 심고, 허리가 아프도록 잡초를 제거한다. 아름답지 않은 광경들을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모든 일이 정원사들의 몫이니 몸이 고된 순간도 많았을 것이다. 게다가 문화의 장벽 또한 타국에서 정원사를 하는 그에게는 어려움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동료들을 사랑하고 눈높이를 맞추며 함께 하려했던 삶의 태도 때문이 아니었을까. 크고 작은 갈등이 있던 동료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나누고 교류하고 이해해가는 과정을 적은 저자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동안 이 사람의 직장 생활은 즐거울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만에 가득차 남탓만을 하며 재미없는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정원사로서의 생활, 동료들과의 관계, 저자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참 편안하고 담담하다. 정원에 있는 식물들의 특징과 연결지어 이러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어찌 그리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지... 식물에 대한 소소한 상식을 알아가는 것도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더불어 직접 터득한 삶 속 살아있는 철학도 있다.

 

독특한 모양과 화려한 색으로 눈길을 끄는 꽃 프리틸라리아에 대한 언급이 기억에 남는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암모니아 냄새를 풍긴다. 부조화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꽃 이야기에 더불어 꽃처럼 향기나는 이웃 테드와 웬디를 소개한다. 낯선 타국에 정착한 이민자 가족을 따뜻하게 챙겨주고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 이들. '꽃들도 저마다의 향기를 가졌듯이 사람도 자신만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 테드 내외처럼 은은하고 따스한 향을 가진 이들은 주변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p.27)' 나에게서는 어떤 향기가 날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부분이다.

 

부차트 가든도 아름답지만 가든을 아름답게 빛내며 은은한 자신만의 향기를 뿜어내는 저자의 모습도 참 보기 좋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는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가 변화하고 노력한만큼 아름다워지는 게 아닐까. 일터에서의 내 모습도 돌아보게 한 이래저래 편안하게 생각할거리를 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