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건 없지만 성실하고 착실한 남자. 열심히 일해 돈을 모으고 동네 최고의 미녀 허옥란을 아내로 맞이하여 일락, 이락, 삼락 세 아들을 낳아 기르는 가장 허삼관. 아내와 아들들과 함께 하는 삶은 가난하고 평범하지만 행복하다. 하지만 우연히 사랑하는 장남 일락이가 자신의 친자가 아님을 알게 되고, 11년 간 남의 자식을 키웠다는 자괴감에 허삼관은 달라진다...

허삼관 매혈기라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된다고 해서 무척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하정우와 하지원이 주연이라니!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가 감독으로 나선 이 영화가 크게 흥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한 권의 책 속에 담긴 서사와 심리묘사를 두 시간 이내의 영상으로 옮기는 것은 충분치 않는 게 당연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삼관 가족의 행복한 시절과 굳은 믿음이 깨져버리고 나서 전개되는 에피소드와 인물들의 심리변화가 나름 흥미로웠다. 중국 배경의 소설을 수 십년 전 우리나라 배경으로 바꿔서일까. 살짝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특히 일락이가 아버지를 애타게 부르고 또 부르는 장면에서는 콧날이 시큰해졌다. 아역들, 특히 일락이 역 아역의 연기가 좋았다^^

코믹휴먼드라마라는 소개에 걸맞게 크게 특별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웃음과 감동이 있는 괜찮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