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문제없이 잘 자라던 십대들이 어느 날 갑자기 당황스러운 문제를 일으킨다. 그들이 저지르는 황당하고 무모한 일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호르몬 탓일까?

 

  답은 ‘뇌’이다. 뇌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영역별로 시차를 두고 서서히 혹은 폭발적으로 변화·발전한다. 뇌의 전전두엽 피질은 성숙한 사고를 관장하는 부분이다. 충동을 조절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뉘앙스를 이해하는 것은 전두엽의 몫인데 십대들의 무모한 행동들은 바로 이 전전두엽 피질이 발달하지 못한 때문이다. 게다가 뇌의 다른 부분들이 시냅스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후 강하고 좋은 시냅스만을 선별하여 남기는 감축 정리 작업을 하는 동안에 전두엽회로가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사고능력이 더 떨어진다. 두려움과 같은 사회적 신호를 예로 들었을 때 어른은 뇌의 이성본부인 전두엽에서 이를 처리하여 왜 두려움을 느끼는지를 분석하고 이해하려 하지만, 십대 청소년들은 감정본부 편도핵에서 처리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감정을 잘못 파악하기도 하고 과잉반응을 하기도 한다. 친구를 모욕적으로 괴롭혀 자살을 하게 한 중학생들,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듯 했던 그들의 태도에는 전전두엽 피질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뇌의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명칭이나 이야기들이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 책은 전반적으로 매우 흥미로웠다. 뇌의 특정 부분이 변하면서 이와 관련된 사람의 행태나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반영하여 사람들의 생활이 영위되는 일련의 메커니즘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예를 들어 논리 수학과 관련 있는 두정엽 피질의 미엘린화는 7세 무렵 시작되어 사춘기에 확대된다. 수학 교육과정이 나선형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외에도 뇌 이곳저곳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동안 내가 경험했던 십대 아이들이 보였던 행동들이 떠올랐고 늦었지만 그 아이들의 행동이 이해되면서 앎의 기쁨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뇌의 발달과 관련하여 몇 가지 교육에 적용할 점을 찾아보았다.

  우선 가정교육 - 부모들이 자녀의 ‘대리 전두엽’이 되어줄 필요가 있다는 피터 젠슨의 말에서 적절한 훈육의 중요성을 생각했다. 이때 부모들이 자녀에게 섣불리 지시하거나 자율성을 무시하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하는데 비폭력대화를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 『아이는 사춘기 엄마는 성장기』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비폭력대화는 말에 감정을 싣지 않고 현상을 그대로 자각하게 하고, 하고 싶은 말을 부탁의 형식으로 표현해 서로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깊게 한다.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다음으로 학교교육 -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외국어교육과 체육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면 좋을 것 같다. 키신저 효과는 자연스러운 외국어를 구사하려면 뇌의 언어영역이 모국어를 중심으로 단단하게 연결되기 전에 외국어를 학습해야 함을 역설한다. 뇌의 발달에 근거해 외국어 학습의 적절한 때를 찾아 교육하는 것이다. 운동을 조절하는 미상핵은 13세 전후에 성장발달을 마무리 한다고 한다. 미상핵이 완전히 성숙하기 전에 피아노, 자전거, 체조 등 신체를 활용하는 활동을 습득하게 하면 더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고 오랫동안 기술을 간직할 수 있다. 요즘은 체육시간에 축구 등 게임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체육교과에 나오는 다양한 영역을 골고루 제대로 지도하고 그 과정에서 재능을 나타내는 부분을 찾아 개발시켜 줄 필요가 있겠다.

 

  그 밖에 - 아이들의 발달해 가는 전두엽에 다양한 선택과 생각의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교사나 부모는 앞서 언급한 대리 전두엽으로써 약간의 틀만 제시하고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는 아이들의 전두엽을 더욱 단련하고 발달시킬 것이다.

  지역사회 연계교육 - 뇌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 타고난 유전적 특성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일 때 최대한 이른 시기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경험을 제공하면 극복이 가능하다고 한다. 반대로 유전적 구성이 바람직하지 않거나 양육환경이 열악한 경우 사춘기까지 이를 극복할 도움을 주지 않으면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그 무엇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나타낸 부분이라 생각한다. 가정환경이 열악하다면 학교나 지역사회의 시설이 이를 보조하고 지원해야 한다. 문제청소년은 결코 가정환경 탓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대리 전두엽이 되어줄 멘토와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이를 줄일 수 있다.

 

  아이들을 아이들 그 자체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십대 아이들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 숙제 등 눈앞의 할 일을 하지 않고 노는 것, 어른들의 눈에는 무모하고 어리석게만 보이는 비행행동들은 그냥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정상적이고 평범한 십대 아이들의 혼란스럽고 화도 나고 또 가끔은 즐겁고 신기한 행동일 뿐이라는 것이다. 결코 반항이 아니다! 훌쩍 자란 키와 덩치를 가졌지만 결코 어른이 아니라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시간이 지나고 휘몰아치던 뇌가 잠잠해지면 아이들도 이성을 되찾는다. 자연스럽게. 우리가 할 일은 이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지켜봐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