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나 방학에 미술관에 가면 종종 부모와 함께 온 초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서울 알만한 전시관에서 열리는 제법 유명한 작가의 전시회부터 지방 미술관에서 열리는 아기자기한 전시회까지.

도록이나 필기도구를 들고 작품을 감상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림 앞에 몇초쯤 머물다 지나가는 아이들도 있다.

저 아이들은 이 작품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궁금했던 적이 참 많다.

 

미술관에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옆집 아이에게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느냐 물었더니

그냥 그림을 보고 왔고, 잘 기억안난다고 대답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어른인 나도 내가 잘 알고 있는 그림앞에선 감회가 새롭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지만

잘 모르는 작품 앞에선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큰 관심이 가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도 하는데 하물며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런 의미에서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 속에는 수많은 작가의 생각과 의도가 담겨 있다.

이 책은 그림 속에 담긴 작가의 생각과 의도를 낱낱이 파헤쳐준다. 물론 재미있게!

고흐가 그린 '빈센트의 방' 푸른 벽, 벽에 걸린 초상화의 주인공, 두개씩 놓여있는 의자와 베개, 초상화 물병 등의 물건들,,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작가의 시선으로 마치 고흐가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편안한 말투로 들려준다.

책을 읽어가다보면 그저 '방을 그린 그림'이었던 '빈센트의 방'이 고흐의 삶과 추억이 담긴 의미있는 공간으로 재탄생된다.

초등학교 미술책에도 등장하는 김홍도의 '씨름'은 한켠에 놓인 신발까지도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주어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퍽 흥미롭고, 많이 새로웠다.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그림을 분석하고 완벽히 이해해야만 잘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그림을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이 책은 미술작품을 통해 다양한 추론과 생각을 유도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사고력을 기르는 자료로써도 매우 유용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