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삶은 꿈만 꾸어야 하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꿈꾸고만 있었던 삶을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눈물 나게 부러운 아흔의 할머니 타샤 튜더이다.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를 펼치면 동화 속 풍경처럼 아기자기하고 예쁘장하고 아름다운 사진들이 갈피갈피 꿈처럼 접혀 있다

타샤는 염소 젖을 짜고, 정원을 가꾸고, 코기를 키우고, 천을 짜고, 딸기를 먹을 만큼만 재배하고, 19세기풍 아름다운 드레스들을 입고, 저녁 무렵 개똥지빠귀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카모마일 차를 마시면서 ‘행복한 인생’이라고 자신이 일구어온 것들을 마음껏 자랑한다. 그녀는 미국 버몬트 주의 아름답고 드넓은 전원에 둥지를 틀었지만, 자연 속의 완벽한 자급자족을 추구하며 물질 사회에 등 돌리는 엄격하고 검소하기만 한 자연주의자는 아니었다. 그녀는 버몬트에 자신에게 꼭 맞는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물질 사회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그녀의 일러스트와 정당하게 맞바꾸었다. 그래서 자신은 언제나 상업적인 화가이고 그림책 작업을 계속한 것은 소명에 앞서 자신이 꿈꾸는 대로 먹고살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그녀가 인간적으로 정겹다.

내가 타샤 할머니를 샘낼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다분히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속세를 완전히 초월하여 초근목피를 주식으로 삼고 철저하게 자연에 귀의한 사람들은 우러러보게 될지언정 감히 흉내 낼 엄두도 낼 수가 없다. 그러나 19세기풍 드레스를 모으는 데 열중하고 인형의 집을 꾸미는 걸 좋아하고 코기 종 개를 편애하는 모습은 얼마나 살가운가. 자신이 가꾼 아름다운 정원을 자랑하지 못해 안달 내는 귀여운 타샤 할머니를 감히 자연이 아닌 전원에 살고 있다고 말해도 될까. 당신이 전원에 살고 있어 더더욱 좋아졌다고 말해도 될까.

이 책은 “타샤 튜더가 직접 쓴 유일한 에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진작가 리처드 브라운의 프롤로그나 글쓰기 방식을 살펴보면 타샤의 즐거운 수다를 녹취하여 풀어 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로 내용이 구분되어 있지만 이야기가 매끈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사실 처음에는 나도 타샤 튜더의 정돈된 이야기와 깊은 사색을 바랐던 만큼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으나,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과 자부심으로 가득 찬 그녀의 일상적인 수다에 직접 동참하는 것 같아, 읽는 내내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