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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니, 그것도 고양이 목판화라니, 이 세트를 처음 발견한 순간 가슴이 너무나 뛰었다. 동그랗고 귀여운 얼굴, 앙증맞은 귀, 새침한 수염, 날렵한 몸매, 날카로운 발톱을 감춘 뭉툭한 발, 부드러운 털, 가르랑거리는 울음소리, 도도하고 우아한 애정 표현 등등 고양이에 대한 찬사는 끝없이 늘어진다. 내가 키운 고양이라곤 도둑고양이가 전부이지만(오래전 도둑고양이 새끼를 데려다 기른 후 4대째다. 이 고양이들은 새끼들 낳은 후 꼭 가장 못생기고 약한 새끼만 한 마리 우리 집에 남겨놓고 사라졌다. 그러면 그 새끼고양이가 자라 다시 새끼들을 낳고, 또 어김없이 가장 못생기고 약한 새끼를 남기고……),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감출 수가 없다.
이 세트는 영국 목판화가 이본 스카곤이 고양이에게 바치는 최고의 찬사이다. 고양이의 평온한 일상의 순간순간들을 섬세하고도 다채롭게 포착해 낸 이본 스카곤의 목판화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양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묻어난다. 진심 어린 애정이 없다면 무심코 봐 넘길 고양이의 미묘한 표정과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갈피마다 살아 있다. 고양이의 그 결 고운 털의 부드러움까지 생동감 있게 느껴질 정도이다.
이본 스카곤은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모델로 목판화 작업을 했다. 《오스카로 산다는 것》이나 《릴리와 호지》에서 ‘오스카’, ‘릴리’, ‘호지’는 모두 이본 스카곤의 고양이 이름이다. 《고양이와 더불어》에는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오스카와 릴리, 호지뿐만 아니라 다른 고양이들도 함께 담겨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본 스카곤은 그의 사랑스러운 눈동자 속에 박힌 고양이의 모습과 함께 자신의 고양이들 이야기 대신 다양한 문학작품 속 짧은 경구들이나 고양이와 관련된 인용문들을 덧붙였다. 그가 구구절절 자기 고양이 자랑을 늘어놓지 않아도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고양이 목판화 한 점과 짧은 글 하나씩은 실로 절묘하게 어울린다. 그 글들을 찾은 정성도 그냥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역시 아쉬움은 남는다. 멋진 목판화 속 고양이들의 진짜 이야기가 듣고 싶은.
무엇보다 아쉬웠던, 그만큼 실망도 컸던 점은 고양이 목판화의 크기가 너무 작게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설마 원작도 이토록 작진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세트의 주인공은 덧붙여진 짧은 글들보다 고양이, 즉 고양이 목판화가 아닌가. 그래서 별점 하나를 감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애묘가들에게 더없이 멋진 책임은 분명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지금 생각나는 유일한 고양이 시,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소이다>를 인용해 둔다.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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