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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만 무지개가 뜨는 걸 잘 모르지?”

또르락또르락 창문에 부딪는 빗소리를 음악처럼 가만히 귀 기울여 들을 줄 아는 아이가 앞을 못 보는 엄마를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눈은 얼굴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란 걸 아이는 아직 잘 모른다. 엄마의 맑고 투명한 눈은 깨끗한 마음속에 있다.

“비가 조용히 잠들고 나면 환한 빛이 엄마를 찾아온단다. 그럼 알 수 있지. 무지개가 왔다는 걸.”

빗소리가 멎고 아이가 무지개를 기다리다가 새근새근 잠들면 엄마의 고요한 마음속으로 세상에서 가장 환한 빛 한 줄기가 비쳐든다. 그리고 엄마의 마음속을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으로 하나씩 점등한다. 이때부터 무채색으로만 일관되던 부드러운 정경들에는 무지갯빛이 하나씩 따뜻한 생기를 머금고 스며든다.

다른 아이들이 눈먼 엄마를 놀릴 때면 슬픔으로 발갛게 달아오르는 아이의 ‘빨강’ 볼. 엄마가 날마다 소망을 키우며 밝히는 귤 모양의 ‘주황’ 촛불. 봄이면 엄마가 마음의 눈으로 찾아내는 ‘노랑’ 민들레꽃. 아이에게 좋은 일만 있길 기원하는 엄마의 ‘초록’ 네잎클로버. 엄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릴 적 ‘파랑’ 하늘. 바다 냄새 나는 엄마의 ‘남색’ 안경. 그리고 엄마와 함께 석양에 타는 ‘보라’ 구름 위로 날아오르는 아이의 보랏빛 꿈.

이렇게 무지개를 이루는 일곱 빛깔이 엄마의 마음속에서 모두 점등되면 엄마는 어느새 비 갠 하늘의 무지개가 된다. 햇살에 반짝이는 엄마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무지개는 아이의 잠결에도 고요히 찾아가 아이를 안심시킨다.

아이의 엄마는 눈이 멀어 하늘에 걸려 있는 실제 무지개를 보지는 못하지만, 점점이 떨어지는 빗소리로 마음속에 스며들어 육체적인 어둠을 걷어내고 정신적인 영혼을 밝히는 일곱 빛깔 무지개를 볼 줄 안다. 그러니 아이야, 엄마만 가진 특별한 눈, 두 눈 사람들보다 더 많고 깊은 것을 볼 줄 아는 마음의 눈은 축복이란다. 환한 두 눈을 가지고서도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도 없이 땅만 바라보며 각박하게 살아간단다. 파란 하늘에 걸려 있는 무지개를 아득히 바라본 적이나 있는지, 두 눈 사람들의 까마득한 기억 속에 퇴색된 무지개는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단다. 무지개를 볼 수 있는 두 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두 눈 속에 무지개를 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훨씬 많지. 그러니 아이야, 엄마의 무지개는 진짜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