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한 문장을 고를 때 얼마나 고심해야 할까?

'자살가게' 자살하는데 필요한 용품을 판매하는 가게로 손쉽게 자살할 수 있는 권총부터, 목을 매다는 수제 밧줄, 날카로운 면도날, 마지막 예술혼을 불사를 수 있는 독사과 세트와 '자살만큼은 성공을 보장해 준다'는 로고를 건 그야말로 슈퍼 자살마켓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가족들 역시 가게만큼이나 음울한 존재들로 자살 용품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아버지 미시마(유키오)와 아이들을 죽음의 냄새로 키우는 어머니, 그리고 부모 못지 않은 큰아들 뱅상(반 고흐)과 딸 마릴린(먼로), 자살 콘돔의 실험 실패로 태어난 막내 알랑(튜링)이 있다. 아기 때부터 웃는 얼굴을 가진 알랑은 이 가족에게 이질적인 존재로 삶에 대한 희망과 사랑으로 충만해 있다. 자살가게를 찾는 손님이나 가족들에게 그는 삶과 희망을 전파하기 시작하고 가족과 주위 사람들도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느끼는데...

블랙유머와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지만 조금 짧게 마무리지었으면 어땠을까. 후반부는 평이한 전개로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작가는 마지막을 노렸던 것일까. 마지막 한 문장으로 끝나는 결말은 이 작품이 마지막까지 블랙유머를 지지하기 위한 작가의 고심이 느껴진다. 작가는 내심 알랑이야말로 이 가게를 이어받을 만한 적임자라고 말하는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