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욕망 또는 열망이란 어떤 존재일까? 나는 사람은 누구나 하나의 이상의 욕망을 품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어떤 것이 아니더라 순간 순간 갖게 되는 바램. 이것도 또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도하는 수도사나 스님 또한 득도 하고자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욕망이 사라지는 순간 살고자 하는 의지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뻬쩨르부르그 이야기>의 소설속 인물들은 소소한 것이든 대단한 가치를 지닌 일이든 모두들 그 하나가 전부인 사람들이다. 읽는 독자들에게는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소설속의 인물들은 다른 이들에게는 하찮은 그것에 모든 것을 건다. <뻬쩨르부르그 이야기>의 스토리는 참으로 기이하다. 이 기이함이 그 인물들의 기이한 집착으로 인해 더욱더 기이해진다.

"외투"에 나오는 아까끼예비치는 아주 성실한 인물이었다. 평소의 그에게서는 어떠한 욕심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고 누군가 하는 말에도 관심이 없다. 단지 그는 그에게 주어진 정서 하는 일에만 관심이 있었고 그것이 그가 살아가는 이유 전부였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런 변화가 찾아온다. 더이상 낡아 입을 수 없게된 외투 대신에 새 외투를 맞추게 된 것이다. 새 외투를 맞추는 일은 관심을 쏟는 과정이 필요했고 그 관심의 양 만큼 외투는 그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더이상 그에게 정서하는 일이 전부가 되지 못했다. 그의 모든 관심은 새로 맞춘 외투에게로 옮겨간 것이다. 새로운 외투를 손에 쥐게 되었을때 아까끼예비치는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느끼지만 그것을 빼앗기면서 다시 외투를 되찾고자 하는 욕망으로 인해 그의 삶은 돌이킬수 없는 불행으로 바뀐다.

"초상화"는 한 장의 초상화와 그 초상화를 소유하게 되는 사람들이 겪는 기이한 경험을 그리고 있다. 가난하지만 예술에 대한 열망과 꿈을 키우고 있는 젊은 화가 차르뜨꼬프는 미술 가게에서 보는 사람을 꿰뚫을 듯한 눈빛이 그려진 한 장의 초상화를 발견하고 마지못해 사 오게 된다. 그날 저녁 그는 초상화의 이상한 눈빛으로 인해 이상한 꿈에 시달린다. 다음날 밀린 방세를 받으러온 주인과 실랑이 중에 초상화 액자에서 떨어진 돈을 발견하게 된다. 우연히 얻게된 그 돈을 사용하여 차르뜨꼬프는 화가로서 명성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그의 명성을 듣고 초상화를 부탁하기 위해 몰려드는 손님들의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그는 주문자의 요구에 맞추기 급급한 그림을 그리게 되고 그 그림들로 더 큰 돈을 벌게된 차르뜨꼬프는 더이상 그림에는 관심이 없어지게된다. 그런 그가 초대장을 받고 간 전시회에서 영감 넘치는 그림을 보게되고 그 그림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본다. 창작에 대한 욕망을 불태우며 다시 그림을 그리지만 이미 그에게서 재능은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이 얻을수 없는 재능을 탐하며 자신의 말년을 잔인하게 보내게 된다.

"광인일기"의 이바노비치는 한 여자의 사랑을 얻고자 하는 욕망과 지위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점점 정신이 이상해지고 결국은 자신이 사라진 스페인의 왕이라 생각하게 된다.

"네프스키 거리"의 삐스까료프는 그의 친구인 삐르고프 중위와 네프스키 거리를 산책하던 중 한 여자에게 빠지게 된다. 중위와 헤어져 그를 따라가지만 그는 삐스까료프가 상상한 그런 여인이 아니었다. 정신적 가치보다는 물질적 가치를 더 중요시 여기는 여자였다. 삐스까료프는 그로 인해 큰 혼란에 빠지게 되고 현실을 부정하려 한다. 그 여인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다시 그녀를 찾아가지만 뼈저린 현실만을 확인하고 다시 되돌아온다.

적정한 욕망은 생활에 활력을 넣어 주지만 지나친 집착은 삶을 불행으로 몰고간다. "외투"의 이까끼예비치가 만일 잃어버린 외투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외투로 인해 변화된 삶을 즐겼더라면 그의 삶은 더 행복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초상화"의 차르뜨꼬프는 자신이 얻을수 없는 욕망을 포기하고 그의 풍족한 삶에만 만족할 순 없었을까? "네프스키 거리"의 삐스까료프는 그의 친구 삐르고프 중위처럼 쉽게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경험을 그의 그림으로 승화시킬 순 없었을까? 그들 모두 자신이 성취할 수 없는 욕망만을 쫓다가 자신의 옆에 있는 행복 마저 잃어버렸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에게는 뛰어난 작품의 창조가 그들이 간절히 열망하는 욕망일 것이다. 그의 인생 대부분을 희생하여 또는 그의 삶의 어떠한 부분들을 희생했어라도 이루고자 하는 목표점일 것이다. 고골에게는 소설 창작이 그것이었다.  고골 자신은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안에서 욕망의 집착에 따른 비극을 작품속에서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성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여도 욕망에서 벗어나긴 힘들었나보다. 결국 고골 그 자신은 창작의 좌절인해 광기에 휩싸여 생을 마감했다.

치열하게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는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조금은 양보하면서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그 어떤 삶이 올바르다 얘기하긴 힘들 듯하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에서 행복하다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분명 올바른 선택이 아닐것이다. 욕망의 추구와과 미련의 버림 사이의 적절한 조화 속에서 삶의 만족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