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이라..

책 제목부터가 시선 사로잡았다.

아예 인식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짧은 순간순간에 대해 어떠한 인문학적 고찰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신선한 발상이 아닐 수가 없지 않는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 그 사이에 존재하는 그저 죽여야만 하는 시간들이 있다.

우리는 진정 그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마트 계산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때, 누군가와의 약속장소에서 사람을 기다릴때,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릴때 등 우리는 수많은 기다림 속에서 살아간다.

어찌보면 참으로 무의미한 시간이라 치부하기 쉬운, 그래서 어느누구도 관심을 가져본 적 없는 이 '죽은시간'에 대해서

작가는 관심을 가진다.

대체 기다리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할까?

기다림의 생태는 무엇이고 또 그 밑바탕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가.

거기엔 어떤 종류의 사회적 교류가 녹아있는가에 대해 관찰하고 분석을 시도한다.

어찌보면 '두서없는 횡설수설이자 막연한 해석'인 이 분야 연구의 비체계성을 재해석하자는 논의를 다시금 수면위로

끌여올려 연구의 방향을 잡고 자료를 수집하고 나름의 분석을 통해 인문학적인 해석을 끌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문학작품 혹은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독자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상황들을 창의적이고 기발한 작가의 해석을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상황을 재해석해보는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왠지 가벼울 것 같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책,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의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그토록 의미심장한 각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지금껏 천대받던 사소한 일상의 비밀을 파헤치고 동시대의 상회와 정서를 읽는데 참신하고 특별한 시각을 선사한다.

 

-리처드 R. 윌크, 인디애나대학교 인류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