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사랑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헤어질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결혼한 남녀는 달라야 한다. 그들은 부부이며 새로운 가족이기 때문이다. 부부는 주례사처럼 검은머리 파 뿌리가 될 때까지 같이 살아야 한다. 그러나 잠잠해있던 이혼이 아픈 속살을 드러내면서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낭만적인 결혼에 익숙해져 있다. 결혼하면 얼굴에 빛이 날 것이라고 주저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웃음꽃이 활짝 피는 덕분이다. 그러나 달콤한 결혼 뒤에는 갈등을 줄여 나가는 과정의 연속이 놓여 있다. 가령, 밥상에서 어머니의 손맛 대신 아내의 손맛이 맛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한다면 서로가 기분이 상하게 마련이다. 이혼은 어쩌다 우연히 생기는 불행이 아니다.

이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공지영의『즐거운 나의 집』은 불편하다. 소설에 나오는 공지영은 한 가족의 엄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에게 세 아이가 있는데 아이들의 성(性)이 제각각이다. 한 번도 아닌 세 번이나 이혼해서 아버지가 모두 달랐다.

이러한 시련을 통해 그녀는 가족의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못한 불만을 토로한다. 가족은 낯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낯선 사람이 가하는 폭력은 피하면 된다. 혹은 친구가 그렇다고 하면 안 만나면 된다. 하지만 가족 앞에서는 그럴 수 없다. 가족에서 정작 피해자인 그녀는 가족이라는 문제에 차여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

이런 엄마의 속사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바로 첫째 딸 위녕이다. 위녕은 아빠와 같이 살다가 엄마 집으로 이사하게 된다. 아빠가 새 엄마와 같이 살면서 위녕은 그곳이 더 이상 즐거운 집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엄마에게 간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엄마는 이미 성이 다른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지 않은가?

이 소설은 위녕이 엄마를 선택하면서 이혼이라는 편견을 좀 더 가까이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위녕은 아빠는 용서할 수 있는데 엄마는 용서할 수 없었다. 엄마가 집을 떠나버렸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엄마에 대해 나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고 3인 된 위녕은 엄마와 부대끼면서 달라졌다. 이혼하면 불행하다고 했는데 이혼하지 않아서 불행한 것도 많다는 것을 깨달을 정도로 성장했다.

예컨대 엄마의 남자 친구가 세 번 이혼한 엄마를 다음과 같이 말하며 비난하지 말라고 했을때 어느 정도는 공감하게 되었다. 그는 엄마는 코끼리 하마 거북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아빠가 코끼리 하마 거북이와 이혼했다면 엄마를 비난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엄마는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불편하다. 사랑하기에도 서먹하다.

위녕은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별일도 아닌데도 아저씨가 굳이 아빠가 엄마와 이혼한 사실을 증명하는 것에 당황한다. 그런데 아저씨의 말을 곱씹을수록 엄마가 이혼하게 되면 꼭 그렇게 된다는 것이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 엄마가 약자(弱者)라는 아릿한 감정을 만나게 된다.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버린 엄마 혼자서 아빠랑 이혼한 것은 아니라고 들려준다.

이 소설의 울림은 이혼한 엄마와 위녕의 행복한 여자 이야기다. 어쩌면 자잘한 일상이 되어 버린 이혼 속에서 흔하지 않게 ‘즐거운 나의 집’이 된 까닭은 여기에 있었다. 위녕의 말대로 엄마는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불행하다. 그러나 엄마 스스로는 불행하지 않다. 엄마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쿨한 여자’다. 위녕은 엄마와 같이 살면서 그렇게 스스로 행복한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마음 짠하게 행복을 발견한다.

작가는 우리와 다른 삶을 살았다. 세 번 이혼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강하게 살아남았다. 이 소설에서 그녀는 남들이 감추고자 하는 이혼의 참다한 고통 속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명사를 찾아내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그녀에게서 많은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치유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