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다고 해서 개개인 모두가 몸과 마음을 놓을 순 없겠지만 행동을 고사한 말부터 평화를 바라고 원한다. 그러나 현재 세계전체가 평화롭지 못하고 서로 신음하는 나라들에 내전도 있다. 평화가 깨지는 것은 곧 전쟁이다. 이해와 노력없이 내 나라가 차지하고 말아야 된다는 한마디로 시작된 전쟁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희생자를 냈는지..문제는 이만이 아니다. 원래대로라면 전쟁은 사람의 생명만을 삼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연의 모든 것도 집어삼키기에 더없이 안타깝고 끝없는 허무함에 얹어진 빈털터리로 남겠지만 맥카시는 이제까지 느껴볼 수 없었던 잊혀버릴만큼 끝도 없을 법한 질주식의 진한 전쟁의 여정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1850년대 미국 서부의 역사를 모델로 했다는 이 소설은 한 소년이 태어난 지 얼마 안되어 어머니를 여의고 14세에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누나와의 영영이별..보이지 않는 고독감일까? 가출을 하게 된다. 가출을하면 늘 그렇듯 어떤 방향은 정해지지 않은 채 몸이 따라가는 데로 움직이기 마련이고, 가출로 인한 대가는 자신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소년 역시 테네시에서 무심코 떠나 도착해 처음 집을 얻고 머무른 뉴올리언스에서 어둠속에 느닷없는 총을 맞는다. 다행히 안주인에게 치료받아 다른 도시로 도망치지만 이깟 위험은 시작에 불과했다. 쉴새 없이 지속되는 지옥이라면 지옥이랄 수 있는 장소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여행하듯 거닐다 만난 토드빈에게서 위협이 되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절로 배우게 되고 어느 술집에서 바텐더를 직접 죽이면서 소년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낯설지 않은 생활의 일부가 되어간다.

 

화이트 대위와의 만남으로 입대를 한 이후 멕시코인과 야만인이라 불리우는 인디언들과 전쟁을 치르다 토드빈에 의해 홀든판사와 글랜턴 대위의 부대의 헹군에 합류하게 되면서 소년은 잔인하고 극악무도하고 위험천만한 사건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들은 가는 곳마다 온전하지 못하고 허물어져 있는 폐허로의 초대이다. 사막과 어지러진 숲, 불길이 치솟는 지옥의 현장을 땅 위에서 즐기다시피 한다. 야만인 중 하나인 쫓아오는 아파치들과 글랜턴 부대의 그 누구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면 당연하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그들에 맞지 않는다면 앞과 뒤가 없는 무자비한 죽임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은 폭력에 대한 아무런 느낌도 없다.

 

지나치는 길마다 규모만 다른 전쟁터를 경험하고 있는 것 뿐이다. 이기적인 독을 품고 자신의 국가만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인디언들의 학살이 자행되고 서로 뜯고 뜯기는 모두가 오로지 승리만을 위하여 전진한다. 일부러 정하지 않은 이미 정해진 운명을 향한 지옥 여행의 연속이다.

 

작가는,,,

정의와 도덕은 만들어 놓은 것에 한한 것일 뿐 이 곳 저곳을 거쳐가며 전쟁의 피 속에서 신의 의미를 찾아보지만 이미 결정되어져 버린 운명 같지 않고 그 운명도 헤쳐나가면 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죽음 뿐이다. 죽음속에는 슬픔도 피해감도 허무감도 없다. 피가 말리는 악의 고통을 받고 있을텐데 아닌 척 하는 듯 소년을 담담하면서도 은근 슬쩍 재빠르게 순간순간을 대처해 나가는 모습을 그려내는 장엄한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