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역사는 시대의 주인이었던 왕의 재위기간동안 혹은 그 이후에 있었던 사실들을 사관들이 각 분야로 나눠서 일일이 보고 듣고 기록한 실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록이 아니라면 기록되었던 사실들을 이만큼 알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까지  실록은 완전하진 않겠지만 어떤 역사가 담긴 책보다도 공명정대함을 가진 역사자료에 의의가 있다고 나름대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저자가 "사도세자는 뒤주에서 죽지 않았다"라고 하는 문구를 보고 사도세자에 대해 간만에 밝혀진 비밀에 이끌려

읽고 난 후 충격이 컸다.  무서웠다.  가려진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걸 떠나서 실록에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수많은 비밀들을 감춘 채 공정하고 흔들림이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겉도장만 찍었다는 진실이....

 

지금으로부터 250년 전 이후 현 도승지가 사관에게서 전 영의정 이천보가 병으로 죽었다는 역사책의 사실속에서 의구심이 이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스토리는 원래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사실들에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삼정승의 충정이지만 비극적인 자살로 마감할 수 밖에 없었던 결말로 이어진다. 

 

시가에서 지내던 화완옹주는 남편을 잃고 아버지 영조대왕의 부름으로 총애를 받으면서 왕궁옆에 기거하게 되는데,  권력에 욕심이 멀어 새롭게 맞이한  중전 정순왕후 김씨와 손을 잡고 친오빠 사도세자를 은밀히 모함하고 해하는데 앞장선다. 

 

그 사이 삼정승 영의정 '이천보'와 좌의정 '이후', 영의정'민백상'은 이렇다 저렇다 알 수없는 우환으로 훗날 왕위에 오르는데 지장이 있을까 우려되어 조용히 의논하는데, 학문에는 관심없지만 정의로운 이천보의 양아들 문원이 엿듣게 된다. 엿들었지만 이 기회에 천보는 문원에게 세자를 병으로부터 구하고 본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할일을 지시하고, 문원은 무예실력이 출중한 이조참판 아들 조일천과 기생에 눈이 멀었지만 의원답지 않은 의원노릇을 하는 선비 서영우의 도움을 청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고는 일어났다. 셋이 염탐하며 일을 조사하다 세자의 병을 치료해왔던 어의 장의삼이 자신의 집안에서 참담하고 초췌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이 일에 형조판서 윤급과 그의 청지기 나경언, 내시 임병덕과 내의원 홍지성, 화완옹주와 절친한 무당비슷무리한 여승 가선 등이 연결되어있지만 그들의 뒷배가 되어주는 맨 위가 누구인지 모른 채 그들은 차례차례 죽음에 이르거나 사고를 당하고 마는데...

 

소설이지만 저자가 쓰기 전 받았던 책, 영의정 이천보가 남겼던 "진암집"을 토대로 역사적 사실이 고스란히 개입되어있어 실록에서 감춰버렸던 역사적 비밀이 살아숨쉬듯 드러난다. 한국인인 저자가 아니라 입양되어 한국계 벨기에인으로써 외국인입장에서 바라본 시각으로 비밀을 자물쇠를 열기위해 한국인보다도 투철한 정신력으로 오히려 왜곡시키지 않고 그 시대의 현실을 객관적이고 적나라하게 드러내려 애를 쓴 흔적이 소설 곳곳에 나타난다. 조선후기 영조  때의 정치적 모습과 한의학, 상업주의, 양반세태,내시와 궁녀들의 일상,기생들의 삶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고 꼼꼼하게 잘 풀어냈다는 점에서...더욱 신비롭고 훌륭하고 새롭게 느껴진다.

 

사도세자는 뒤주에서 죽지 않았다라는 저자의 주장과는 달리 뒤주에 갇혀 죽은 사실이 기정사실로 쓰여졌으나 소설로 밝히지 않았다면 영원히 감춰졌을 삼정승의 자살과 연관시켜졌다는 사실은 또 다른 의문을 낳고 있다. 스스로 믿는 도끼에 발등찍히고 결국 뒤주에 갇히긴 했으나 세자가 아버지의 미움도 미움이지만 삼정승의 충정심에서 비롯된 자살사건의 고통으로 일부러 그 안에서 자살했을 가능성이란 나의 엉뚱한 추측 외에도....

 

어쨌거나 사도세자 역시 조선후기 노론과 소론 남인과 서인의 개인적인 이기심을 넘어 권력과 세력으로의 끊임없는 탐욕으로 결합된 질기고 질긴 그들의 대립속에서 삼정승과 함께 억울하게 희생된 밝혀지거나 밝혀지지 못한 뼈아픈 역사적 사실들 중에 하나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시기 험하고 어지러운 난국에 숨소리조차 낮에는 새 밤에는 쥐가 들었던 궁안에서 조선인으로써 써 내려간 조선과 조선인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실록은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일까?라는 끝없는 질문이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