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장르의 음악을 감상하며 학창시절 몇 년 배웠던 피아노를 취미로 연주하는 나는 음악이 없는 세상이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과 같다고 할 정도로 음악을 사랑한다. 유아기 때 들었던 동요가 나와 음악의 첫 만남이었겠지만 그 땐 좋아할 줄을 몰라서였을까? 어렸어도 느낌이 있고 반응은 있었겠지만...피아노가 배우고 싶어 배우기 시작했던 때도 악기에 대한 호기심이었을 뿐 음악에 대한 애정은 크지 않았던 것 같았고, 학교 음악시간에 배우는 노래들과 우연히 라디오에 흘러나와 들었던 가요가 들려도 별 관심이 없던 때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후, 내 나이 10살 때였다..학교에 돌아와서 보니 내 방 책상위에 하얀 테잎하나가 놓여있었다. 바로 베토벤의 제5번 교향곡 ’운명’이..한 때 소년합창단이었으며 노래에 소질을 인정받으셨지만 가난때문에 성악의 길을 포기하셨던 아버지의 첫 음악선물이었다.

난 그렇게 운명을 접한 뒤 빠져들었으며 음악을 좋아하는 계기가 되었고, 베토벤은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자 음악인이었다. 어느 새 애호가가 되어있었고 현재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세 장르를 꼽으라면 클래식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아마데우스나 불멸의 연인 등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꼭 봐야하는 나의 습관아닌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MBC에서 첨으로 선보이는 음악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했는데, 다른 일들로 시간이 허락해주질 않아 아쉬웠었다. 물론 다른 매체를 통해 ’베.바’를 시청하려는 사이에 책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평소 존경해왔던 베토벤을 소재로 해서 만들어진 드라마인 줄 알았지만 청각장애의 시련에도 음악인으로써의 삶을 꿋꿋이 해내온 베토벤이 이 드라마의 스토리와 어울리는 인물이었다고 하니 내가 베토벤이었던 양 괜히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저자가 베바까지 오게 된 사연을 시작으로 어떻게 만들어졌고 배역을 맡은 배우와 감독의 에피소드로 어떤 드라마였는지 짐작케 해 보지 못했던 갈증을 해소시키기에 충분했으며, 드라마가 막을 내린 뒤 클래식에 새롭게 관심을 보이고 갓 친구가 된 사람들을 위해 오케스트라란 무엇인가?부터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되는 악기들에 대한 이야기, 역사를 곁들인 ’베.바’에 삽입시켰던 곡들의 이야기까지 어려울 것만 같았던 클래식의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들려준다.

예술감독인 현 지휘자의 에세이 같은 이야기로 베토벤 바이러스 그 후의 이야기가 아니라 찍었던 당시의 모습들과 연주가에 비해 거리감이 없지 않아 있었던 지휘자가 주인공이라 새로웠고, 내가 좋아하거나 알고 있었던 피아니트 서혜경과 임동혁, 지휘자 폰 카라얀과 토스카니니,비올리스트 용재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만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작곡가에 대한 그 모든 내용이 친숙하게 다가왔다.

클래식 애호가인 나는 특히 지휘자에 대한 갖가지 얘기들이 가장 끌렸는데 그것은 지휘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끼면서도 막상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하게 되면 연주자에게만 눈길이 쏠려 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말 지휘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인지는 각 연주자들의 실수로 인해 당황하는 순간을 어떻게 지혜롭게 헤결해 나가는가에서 지휘자가 있을 때와 만약 없을 때의 차이를 느끼며 새로이 실감할 수 있었다.

드라마를 만드는 자체가 힘들고 고된 작업이라는 걸 알았지만 음악드라마이다 보니 실제 연주장면처럼 찍기위해 감독과 배우들, 스텝, 음악인들이 하나되어 더욱 힘겹고 애써 만든 드라마였기에 더욱 소중하고 가슴 깊이남는 감동드라마로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다 정식단원뿐만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로 이루어진 아마추어 단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였다는데 마음이 훈훈하고 따듯해짐을 느끼며 저자의 말씀처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음악을 사랑하고 가까워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