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글자까지 다 읽고 난 첫 느낌...허허벌판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이 소설을 통해 처음받았다..

인도의 넒은 대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처럼 복잡하고 어지러웠는데 그런 만큼 이 작품은 당시 인도의 정치와 문화(음식,풍습등),산업,종교,다른 국가로의 이민문제와 인도와 근접한 나라들의 관계, 인도만이 가진 제도,분리되는 내전의 문제를 분명 허구이지만 생생한 현실을 얘기한 듯한 어조로 자유롭고도 당당하게 펼쳐나가고 있다.

 

인도의 칸첸중가라는 산이 올려다 보이는 곳. 이 곳은 히말라야 고원 주변에 위치한 도시들 중에 하나인 칼림퐁이다. 그 곳에 있는 튀어보이는 집 하나..초오유엔 피치못할 사고로 러시아에서 서로 이방인이었던 부모를 잃고 오게 된 소녀 사이와 그녀의 할아버지로 인도를 못마땅해하며 영국인을 원했던 은퇴한 판사 제무바이가 산다. 그들의 주변엔 네팔계 인도인이자 사이의 가정교사로 만나 연인이 되어준 가족에 대한 비밀이 가득한 지안과 제무바이 가족의 식사를 담당하고 있는 요리사, 지독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요리사의 아들 비주, 인도안의 교란으로 겨우 하녀를 두고 상위층이라 유지한다 자부하는 롤라와 노니 두 자매와 도시의 어려움을 알고 이웃들을 도와주며 스위스식 농장을 운영하며 대수롭지 않게 숨듯 살아오다 자신의 나라로 쫓겨난 보티 신부가 있다.

 

이들은 나이도 계급층도 다르지만 모두 상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비주처럼 미국으로 가기 위해선 비자를 발급받으려고 안달인 틈 속에서 경쟁하듯 어렵게 선택되어져야만 한다. 일자리만 얻을 수 있다면이 목표이지만 비주가 일하던 곳 처럼 다양한 민족이 함께 지내는 빈민굴인 뉴욕의 할렘가와 같은 곳에서 인종차별은 아무것도 아닌 살아가기에 험난한 곳일 뿐이다.

 

하물며 영국의 식민지로 영국군이 된 인도인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영국에 유리한 이득이 되는 부당한 처사로 못마땅해 탄생한 GNLF라는 단체의 반란을 낳고 만다.

 

제무바이 판사와 롤라와 노니의 생활처럼 과거는 몰라도 결코 호화로울 수 없는, 껍질만 부르주아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무너짐..윗물의 무너짐은 곧 아랫물에도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상속받듯이..

 

그 곳의 법은 또 어떠한가.....정해진 법이지만 정의롭지 못하고 부자들 앞에서는 효력을 발휘하니 하층민들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다. 돕기는 커녕 그들을 괴롭히는 경찰들의 모습처럼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평화롭지 못하고 심한 폭력이 가져다 주는 암울한 분위기는 정착하지 못한 채 방황하듯 떠도는 사람들만 늘어가게 하고..

 

작가는 이 작품에서 처음과 중간 끝이 어디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형태를 취하는 것인지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과거를 포함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신없이 내용을 이어나간다. 인물 묘사부터 그들의 생활 자체를 벅찰정도로 세세하게 보여준다. 몇 가지 비유법을 통해 익살스러우면서도 생기가 넘치는 언어들은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있는 내용과 더불어 흥미를 느끼게 하는데 한 몫한다. 소설 속 사물에 대한 설명만 봐도 알겠지만 매끈매끈 차분하고도 뚜렷하다는 점에서 여성적이나 과연 여자작가가 쓴 책일까 싶을 정도로 거침없이 뚫고 나가는 힘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데시사이만의 독특함을 발견할 수 있다.

 

닳고 메말라버린 폐허의 인도..그 속에서도 인도의 진풍경을 함께 느낄 수 있었고..

 

인도인으로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 학업생활을 한 작가는 진정한 인도출신 다웠다. 인도 작품을 처음 접해보지만 인도스러움이 너무도 강한 소설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그건..소설 속 시대가 1980년대의 인도로 삼고 있지만 지금의 인도가 처해있는 현실을 놓고 봤을 때 전혀 다를 것이 없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