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로든 어떤 상처를 어느 누군가에게 받았다면..그리고 그것이 불행이라고 단정지었을 때 견디기 힘들어지고 고통스러워진다. 떠올리고 싶지 않지 않지만 마음먹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사람이니까 사람에게 줄 수도 받을 수도 있는 상처이기에 혼자서 지고 가기 무겁다면 가까이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귀한 또 다른 사람인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행복과 불행은 스스로 어떻게 느끼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고향인 도쿄에서 지내온 주인공 유스케는 휴학을 내고 시골인 스가다이라 고원에 머무르게 된다. 그곳에서 오며가며 아르바이트했던 6년지기친구 다카하시의 제안으로..하지만 그는 단순히 친구의 제안에 이끌리거나 도시생활에 지쳐 쉬려고 내려간 것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만 해도 의지가 되고 절친했던 친형에게서 2년동안 사귄 여친 유미코를빼앗긴 아픔을 잊고 벗어나기 위해서다.

 

겨울이면 도쿄보다 비교도 안될만큼 눈이 많이 내리는 스가다이라 고원은 리조트와 스키장 레스토랑 여관 온천,펜션이 있는 도시와는 거리가 먼 아늑해 보이는 곳이다. 관광객들이 오고가고 예비 부부의 결혼식과 파티를 할 수 있는 고원안의 가무나비라는 농원과 레스토랑 여관이 합쳐진 곳에서 유스케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픔을 잊어보려 하는데..

 

자연경관이 참 아름다울 것 같은 스가다이라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환경이 말해주듯 공무원과 회사원 말고도 꽃을 재배하거나 숙박을 운영하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곳이라면 유스케는 아픔을 훌훌 털고 안좋은 과거의 기억을 쉽게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을에도 유스케의 어렸을 때와 비슷하게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고통을 겪고 있거나 유스케처럼 불행이라고 느끼는 짐을 안고 그대로 부딪쳐 가며 지내는 가정이 있었다.

 

유스케와 동병상련이랄까..

 

이집트에 갔다 확실히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 채 아이하나와 아버지인지 의붓아버지인지도 몰라 그냥 삼촌이라는 가무나비 총농원주인을 줄여 원주로 불리는 쥬베씨에  얹혀 살아가는 과부 도코씨..장애를 가진 료이치군의 가정의 불행도..이마무라 노부부의 아들내외와의 불화..학창시절 힘들 때 의지가 되었다던 꽃가게 딸 미사코의 친구인 도라히코씨의 외동딸 가야의 꿈과 아버지 사이의 갈등..자식의 정신적인 고통을 이해못하고 냉정하고 엄하게만 다루려는 엄마 치즈코와 그의 딸 어린학생 사쿠라의 모습에서..

 

유스케는 그 곳에서 몸으로 부딪치고 겪으며 새로운 사랑도 알아가고 새로운 나의 모습도 발견하면서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 나가게 된다.

 

모든 구름은 은빛이란 유스케가 6개월간의 아르바이트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꾼 꿈에서 본 구름의 가장자리로 과거 도코씨의 남편이 만들었던 곡 가사의 일부분이기도 한데 해석해보면..구름처럼 뭉게구름이 아닌 먹구름이 하늘에 떠있을 수 있듯이 사람에게도 행복과 불행이 있겠지만 어두운 먹구름 뒤에도 은빛처럼 밝은 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불행도 뭉게구름이 될 수 있다는 것..

 

작가의 매끄러운 필체가 돋보이는 가운데 인물들의 심리적인 내면을 서서히 부각시키고 있는 이 소설은 섬세함과 단아함, 부드러운 매력을 지녔다. 또한 일본 시골의 토속적 향취를 느끼게 해 우리의 고향에 내려와 느끼고 가는 풍요로움이 녹아있다.

 

상처로 인한 고통을 떨쳐내러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면..불행이라는 바다에서 허우적 대지 않고 그 뒤의 은빛같은 희망을 느껴보고 싶다면.. 마음의 안정을 준다는 모든 구름은 은빛이라는 스가다이라 고원으로 놀러오셔서 치유해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