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유년기에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게 해 준 책 하나가 태어났나 보다..잃었지만 찾을 수 없어서 헤매고 지금까지도 놓친 채 지나간 나의 어렴풋한 그 기억을 되살려 주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모르는 동화를 제외한 몇 편의 동화들은 주인공인 열 두살 데이빗의 나이 즈음이나 그 이하에 보고 들었던 이야기들이다. 그 시절은 호기심이 가득한데다 누구나 동화를 보면 그렇듯 공주가 사는 궁전이나 과자로 만든 집,난쟁이가 사는 집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만약 조금더 시일이 지나 그런 곳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면 가능하거나 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접어두고 없다면 만들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처럼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고도 싶은 동화속에 빠져버린 순수한 어린이의 마음 그대로..

 

열 두살 데이빗은 엄마를 잃고 아빠는 새 엄마를 맞아들였다. 새엄마는 동생 조지를 낳았고, 엄마로 인정하지 않은 로즈와의 매듭은 두꺼워져갔다. 때는 2차세계대전이 일어났던 시기로 독일군이 영국을 공격하는 전쟁이 일어났다.그 전부터 책들의 소근거림을 듣고 꿈을꾸며 꿈 같은 현실을 느끼던 데이빗은 전쟁통에 죽은 엄마의 목소리에 이끌리게 되고 아빠와 로즈와 조지와 함께사는 집 정원의 한 나무의 구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곳은 데이빗이 살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또 다른 세계였다.,데이빗이 이 세계로 오기 전 꿈속에서 봤던 담쟁이 덩굴에 묶이기도 하고, 깊은 산에서나 볼 법한 무서운 늑대들과(실제 늑대들보다도 어쩜 더 무서울)늑대인간이라는 루프와 생전 첨 보는 하피와 트롤이라는 짐승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다. 반면에 기존의 동화들처럼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랄한 자들이 있는가 하면 곁에는 항상 도와주는 구세주가 있듯이 데이빗의 곁엔 이름이 없다는 숲사람도 있고, 롤랜드라는 투사도 있다. 물론 그들이 약간 다른점이 있다면 콩쥐팥쥐의 콩쥐의 상황처럼 무조건 도와줘서 풀리는 상황이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빗이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게 이끌어주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데이빗을 갇히게 한 세계는 오기 전 현실의 고통보다 더 험난한 고통속이기에 헤어나오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건너야 할 산이 많았다.  신화에서나 나오는 얼굴은 사람얼굴에 몸체는 동물인 생명체를 만드는 아이와 짐승들을 잡는 여자사냥꾼에게 잡히기도 하고, 왕이 있다는 왕궁으로 가다 거치는 무시무시한 가시의 성도 지나쳐야 한다.

 

여기에 어떤 낯선 마을에 나타났다는 거대한 괴물과 싸우기도 하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나지만 그럴때마다 끼어든 정체 모를 꼬부라진 남자가 있다. 데이빗은 왕궁으로 가서 왕을 만나고 책을 받아내야 한다. "잃어버린 것들의 책"이라고.. 왕과 꼬부라진 남자 늑대인간의 우두머리인 르로이와의 연관되는 비밀의 수수께끼를 데이빗은 풀어내야 이 곳을 빠져나가 그리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데이빗이 왕궁을 돌아다니다 본 모습들은 실마리이며 그 책은 열쇠인 셈이다.

 

데이빗은 엄마를 잃고 자신이 받을 사랑을 엄마와 다른 새엄마와 이복동생 조지로 인해 생긴 고통과 분노로 쌓인 아픈 마음을 뜻하지 않은 세계에서 혼자 고민하고 조금씩 헤쳐나간다. 어려웠지만 견디어 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일명 꼬부라진 남자라는 요술쟁이가 보여준 가족에 대한 배신감과 동생에 대한 미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인내심을 배워갔다. 어떤 시련이나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데이빗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엄마가 죽었다 믿고싶지 않은 어렸던 데이빗은 신기하고도 환상과 같은 다른세계에서 겪은 험난한 모험, 거칠다 못해 끔찍하고 잔인한 여정속에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에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들이지만 언젠가는 다시 부딪칠 수 있는 일들이기도 하고 다시 돌아오게 되는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우리의 인생처럼 좋은일이 있으면 나쁜일이 반복되는 것처럼..

 

데이빗을 달라진 성인의 모습을 만들어가라고 도와주었던 숲사람이 들려주었던 두 이야기는 헨젤과 그레텔과 빨간모자를 모티브로 하지만 원작동화와 다르거나 그 후 이야기가 나오면서 본 이야기내용의 초점을 맞춰준다. 이야기에 직접 흡수된 원작과는 전혀 반대로인 백설공주와 난쟁이엔 데이빗이 직접 참여자가 되기도 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증이 더해지는 이 소설은 동화속의 동화를 상상시켜주어 뚜렷한 영상미가 있고 영화나 드라마 이상의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 세상과 세상 밖을 넘나들며 읽는 동안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게 만든다. 평이한 듯 섬세하고도 농도가 짙다. 정감있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현 세상과 상상 속 미지의 세계가 조합하여 기나긴 터널 속 악몽을 꾸고 돌아온 것 같다.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가가 따르 듯 악의 늪에 빠지게 되면 어떻게 해서든 빠져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빠져나온다는 것은 자신이 자신을 이겨야 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데이빗을 통해 깨달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과 꾸고 나면 순간 잊어버리는 꿈의 세계도 이야기의 일부라는 것, 어쩌면 현실에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다는 것, 그 상상을 받아들일 수 있기에 우리에게 동화는 영원히 기억되고 읽혀질 것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