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가 살아있다. 영화와 소설에서 이런 소재로 인한 얘깃거리는 공포감을 주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인지 공포에 관한 작품에 자주 등장해왔다.  현실적이지 못하지만 미신이 남아있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나라마다 이름만 다른 귀신과 유령들을 믿는 문화가 실제로 존재한다. 이 소설은 그런 실제를 떠나 한술 더 뜨는 소설이다. 시체가 깨어나 살아났다 다시 세계를 떠난다?

 

삶과 죽음이라는 세계의 경계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알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살았을 때 살아있던 세계를 느끼지만 죽으면 그 세계를 느끼고 있을지 살았을 때의 세계를 기억하고 있을지 우리가 맘 속으로 그럴 것이다 단정짓기엔 과학적으로나 과학을 벗어나 생각해 보기에도 모를일이다. 영혼이 구천을 떠돌거라 믿더라도 실제 존재하는지 알려하면 기묘해지는 것처럼.

 

공동묘지가 주를 이루는 마을답게 외지고 한적한 미국의 한 시골마을의 스마일 공동묘지는 대대로 이어내려온 가문과 같은 구조를 이루고 있는 장의기업이다.  스마일의 대표 스마일리는 자신이 죽어갈 때가 가까워옴을 감지하고 유산상속을 하기위해 유언서를 쓴다. 

 

한참 뉴스에서는 미국에서 시체들이 부활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스마일리의 손자인 주인공 그린도 스마일리가 죽기 전 누가 저질렀을 지 모를 사건에 휘말렸는지 초콜릿 두 알을 먹고 죽었지만 원인이 초콜릿이 아닌 것 같다. 주인공이 죽어버리면 끝나겠지만 제목처럼 그린도 살아있는시체다. 살아있을 때처럼 여친이었던 체셔와 얘기하고 허스박사와 말도 안되는 기이한 현상에 대해 의논하는 등 주변인물들과 실제의 삶을 살아간다.

 

유산상속을 노린 친형제간들의 다툼 속 그린의 죽음 뒤에 따라오는 스마일리의 자살은 스토리 상 그의 큰아들 존이 가장 유력하지만 존도 살아있는 시체가 되고, 잇따른 사람들의 죽음으로 범인은 누구인지 의혹만 커져간다. 그린은 허스박사와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이  갑자기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실마리를 분석해나가는데,,,

 

전반 후반으로 나눠진 이 소설은 전반에서 본격적인 사건과 문제를 복선으로 깔지만 죽음과 삶이 불분명한 것처럼 감춰져있어 후반으로 갈수록 베일에 쌓여있는 사건의 정체를 서서히 정면으로 돌파해 나간다.  미로처럼 얽혀져 있지 않고 순차적으로 벌어진 사건들대로 끝이 어디일까? 진행되는 스토리는 양파껍질 벗기듯 풀어나가도록 설정되어있다. 스토리를 끌어나가는 핵심인 장의학에 대해 매우 정교하고 뒤 따라오는 모든 내용들이 꼼꼼하게 해석 설명되어있어 길지만 복잡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명함철에 명함끼우듯 맞춰지는 식이다.

 

주인공과 부 인물들의 인물묘사와 인물간의 대비가 뚜렷하고 밀실과 밀실외의 트릭의 적절한 조화가 돋보인다. 과학과 정신심리학, 미국의 역사와 장례문화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인생론과 인문학,철학이 잘 버무려져있다. 그 뿐만 아니라 공포와 스릴러를 넘어서 SF,드라마적인 면이 함께 어우러진 추리소설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추리소설의 완벽한 결정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소설이다. 

 

살아있는 시체가 죽는다는 동떨어진 현실을 받침하고 허구적이어야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억지스러운 면이 있을 것 같았는데 아니다.  시체와 죽음으로 단순히 그려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죽음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공포감때문에 가깝지 않은 다소 생소한 장의학을 통해 결합되는 철학과 정신학 과학 심리학이 돌고 도는 삶과 죽음의 관계를 성찰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