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화잡지 쿨투라를 처음으로 만나보았다.

문화 culture의 어원이 라틴어 cultura라고 한다. 본디 경작이나 재배를 뜻했던 단어인데 의미가 파생되어 교양이나 예술 활동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목인 'cultura'의 뜻을 알고 나니, 이 잡지가 어떤 잡지일지 조금 더 감이 잡혔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문화나침반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취지다운 멋진 잡지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이 문화잡지를 읽게 된 계기는 이번 가을호의 특집 기사였다.

'쿨투라 특집-촛불문화제'

지난 늦봄부터 한여름까지,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문화제.

나는 한 번도 그에 동참해본 적이 없었지만, 처음에는 촛불 시위였다가, 나중에는 '촛불문화제'로 명명된 그 촛불들의 의미를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쿨투라 가을호를 통해 촛불문화제의 모습을 더욱 깊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만나보게 되었다.

특집 기사에는 문학평론가 이재복 님의 '신인간 현상으로서의 촛불',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원태 님의 '촛불시위와 인터넷, 그리고 한국 민주주의', 한국영화사학회 총무 김시무 님의 '촛불 문화제의 의의와 전망', 그리고 특별 기고로 시인 김지하 님의 '운하에서 바다로! 횃불에서 촛불로! 마당극에서 마당굿으로!'가 실려있다. 나는 이번 여름의 그 촛불문화제를 단순히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네 편의 글을 통해 다양한 각도로 촛불문화제를 바라볼 수 있어 참 좋았다.

1990년대 이후 이 시대의 전반적인 흐름은 비동일성에 가깝게 되었다. 비동일성이란 시대의 지배적인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에 대해 그것을 향유하면서 동시에 비판하는 인식 태도이다. 비동일성 세대의 삶의 토대는 바로 디지털이며, 이들의 정치성은 디지털 세계 안에서 일정한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아고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정치의 장이 그대로 서울시청 앞 광장이라는 현실의 장으로 재현되면서 우리가 흔히 디지털과 아날로그, 가상과 실재, 밀실과 광장, 개체와 집단, 주체와 객체 사이의 경계가 해체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신인간 현상으로서의 촛불') 이원태 님도 이번 촛불 시위의 새로운 현상과 특징이 인터넷의 힘, 즉 네트워크화 된 개인들의 힘이 발현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촛불 시위과 과거 촛불 시위와 다른 점은 촛불의 의제와 참여 계층이 다양화되고 크게 확장되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참여, 개방, 공유를 본질적 특징으로 하는 웹2.0의 새로운 인터넷 기술 환경이 '네트워크화된 개인들'이 자유롭고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 덕분이다. 또한 '쇠고기' '먹을거리'라는 이슈의 특수성으로 인해 여성들과 가족단위의 참여도 많았다.('촛불 시위와 인터넷, 그리고 민주주의') 이렇게 지난 여름의 촛불문화제를 뒤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네 편의 글 중간 중간에 실려있는 사진을 보니 나는 한 번도 그 현장에 함께해보지 않았음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특집 기사 말고도 사진, 그림, 시, 동화, 영화 이야기 등 다양한 글들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영화 평론 '2000년대 한국 영화를 향한 어떤 시선'과 영화 비평 '탈북자를 바라보는 제3의 시선, <크로싱>'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마침 얼마 전에 <2008 오늘의 영화>라는 책을 읽고 난 뒤라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읽혔다. 쿨투라, 참 알찬 문학 잡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