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수상 작가 정유정은 2007년에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라는 작품으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거머쥔 바 있다.

세계문학상과 정말 대단한 인연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에 감탄이!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같은 작가의 작품인 『내 심장을 쏴라』에도 자연히 관심이 갔다.

2년 새 그녀에게 또 하나의 세계문학상을 안겨준(그 전에 받은 건 '청소년문학상'이긴 했지만) 작품은 도대체 어떤 작품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다.

 

이 이야기의 배경 무대는 정신병원이다. 일반인이 가기 힘든 장소 중에서 교도소라면 몇 번 가본 적이 있지만(오해 마시길! '업무'상 갔던 것 뿐이니.) 정신병원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고, 티비나 영화를 잘 안보는 탓에 영상으로라도 본 기억이 나질 않아서, 이 소설이 진행되는 '정신병원'이라는 곳이 하나의 미지의 세계로 다가왔다. 하지만 철저한 자료조사와 취재를 바탕으로 씌여졌다는 글답게, 정신병원의 모습과, 그곳에 있는 사람들―환자, 간호사, 작업자 등―의 생활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다만, 소설은 소설일 뿐, 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 소설의 배경이 그 '자료조사'와 '취재'에 따라 사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이라면, 정신병원이라는 곳은 너무나 무섭고 끔찍한 곳 아닌가! 사람들이 미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들어갔기 때문에 미쳐갈 수밖에 없는.

 

열아홉 살의 어느 사건 이후 끊임 없이 방황하다 아버지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는 '나'(정신병원에서는 일명 '미스 리'로 불린다)와 자기 집이 경영하는 한 물류창고에 불을 지른 혐의로 도주하다가 붙잡혀 들어온 '승민'이 이 이야기의 중심인물이다. 그리고 그 둘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점박이'가 있고, 그 속내를 알 듯도 모를 듯도 한 '최기훈'과, 병동의 여러 환자들이 등장한다. 정신병원에서 펼쳐지는 생활과 호시탐탐 '말썽' 피울 기회를 노리는 우리의 주인공들과, 그들과 대치하는 병원 관리자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고도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그런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밤 늦은 시간 졸음에 겨운 눈을 부비며 읽은 탓인지 생각만큼 속도감 있게 읽어내지는 못 해서 조금 아쉽다. 전작(『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이 내게 준 감동과 재미를 생각해 봤을 때, 작품 탓 보다는 내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에 밝은 날 '맑은 정신'으로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