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르스틴 기어.

<엄마 마피아>는 올해 만난 그녀의 두 번째 책이다.

첫만남이었던 <오늘 죽고 싶은 나>를 무척 재미있게 읽고 작가 이름이 기억에 남았는데,

신작이 나왔길래 기꺼이 또 펼쳐들었다.

그 두 번째 만남도 괜찮았다.

전작에서 볼 수 있었던 발랄함과 경쾌함이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검사장인 남편이 어느날 갑자기 이혼 요구를 하면서 우리의 주인공은 졸지에 싱글맘이 된다.

그냥 싱글맘이 된 게 아니라 살던 집에서 '쫓겨나' 시골의 애들 할머니집에서 살게 되며,

이사 간 첫날부터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가 되고마는, (앞으로 '억척 엄마'가 등장할 것처럼 보여지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곳에서 부유하고 교양있으며 세련된 엄마들이 속해 있는 모임(곤충 마을 협회)을 알게 되고 우리의 주인공도(이름을 못 외웠다)

그 모임에 가입하고 싶어 주위를 어슬렁 거린다.

드디어 그 모임에 초대받아 간 첫날, 그 모임의 '실체'를 봐버린 주인공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주변의 엄마들과 함께 다른 모임을 하나 결성하게 되는 데 그것이 바로 '엄마 마피아'이다.

지나치게 유별난 그 엄마들과는 달리 아이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피고자 하는 것이 엄마 마피아의 취지이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한 아이를 아이 엄마(곤충 마을 협회 회원)가 몰아 넣은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출해내는 '쾌거'를 올리기도 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가볍고 재밌게 전개된다.

일하느라 지친 머리를 식혀주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하지만 그냥 재밋거리로만 보고 덮어 두기에는 앞으로 엄마가 될 내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도 담겨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이 책을 읽고나서,

과연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것이 잘 키우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아이도 엄마도 만족할 만한 교육이라 할 수 있을까,

고민 속에 빠져들게 되었다.

아이를 고급 유치원에 보내고, 여러 레슨에 참여 시키고, 외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요즘 사교육에 '목숨 건' 우리네 모습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사람 사는 동네는 어디나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그런 사교육의 열풍 속에서, 별나디 별단 엄마들 틈바구니 속에서,

내 아이도 그들 속에 휩쓸려 살아가게 할 것인지, '엄마 마피아'처럼 그들과 다른 교육을 지향하며,

내 아이를 다른 방식으로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

읽을 때는 재밌었으나, 읽고 나서 괜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아무튼, 케르스틴 기어, 그녀의 책들은 밝고 경쾌하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친절히 번역되어 나와 만나볼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