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청춘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한다.
"나는 나의 가능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섣불리 젊은 날의 나처럼 많은 청춘들이 자신을 별 볼일 없게 취급하는 것을 아는 이유다. 그리고 당부하건대, 해보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해도 안 되는 것이 있는 게 인생임도 알았음 한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책은 제목이 주는 느낌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책도 그 첫인상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

책이 주는 첫인상은 표지 디자인이나 그 제목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표지 예쁜 책, 제목 예쁜 책을 좋아하고, 가끔은 그런 이유로 읽어보는 책도 있다.

이 책은 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예쁘고, 그리고 '노희경'이라는 이름에 흥미가 일었다.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나이지만 '노희경 작가'라는 이름과 '직함'은 낯설지 않았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그녀의 작품들은 한 편도 본 적이 없지만...)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니...

그녀는 이 땅위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하지 않는 죄'라는 명목으로 유죄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나도 그녀에게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기에, 읽어볼 수 밖에 없었다.

나를 죄인으로 만든 이 책, 한번 들여다 보자...

 

이 책은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 그동안(적어도 10년도 더 전부터 인 듯) 이곳저곳에 적어놓은

감성적인 글들을 한데 모아 엮어낸 책이다.

드라마 작가이니 드라마 이야기도 있고, 작가로서의 삶이 그려진 이야기도 있고,

드라마에서(아니, 우리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 사랑에 관한 글도 당연히 있고,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 이야기도 있다.

 

내가 유죄판결을 받은 '사랑하지 않는 죄'의 내용은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다는 것이다.

나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

그런 대상, 누가 있었을까?

'사랑' 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체온이 36.5도의 정상 수치를 벗어나 한없이 위로 올라가기는 커녕 아래로 뚜욱 떨어져버리는 대단한 '사랑 기피증'을 앓고 있는 나이기에, 미안하지만 그 유죄판결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런 나, 문제 있다 싶어서 읽어본 책이었건만, 역시 '사랑' 앞에서는 무감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계기가 됐을 뿐이다.

 

나는 오히려 그녀가 들려주는 엄마 이야기, 아빠 이야기가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선뜻 털어놓기 어려웠을 것 같은 출생의 비밀이라던가, 아버지의 과거 이야기 등을 진솔하게 풀어놓은 그녀의 글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버지와 화해하기 위해, 매일매일 아버지의 손을 꼬옥 잡아드렸다는 그녀. 아버지의 손 잡기가 그렇게 어색했다고 하는데, 아빠와 사이 좋은 나도 아빠 손을 잡아본 지가 언제인가 싶은 생각이 들며 가슴이 짠해졌다.

세상의 모든 글쓰는 이들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어쩌면 누구에게도 털어놓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속내까지도 이렇게 진솔하게 풀어놓을 수 있는 사람들. 그런 글이기에 더욱 따뜻하고 마음을 울렸다.

갑자기 노희경 작가가 쓴 드라마를 한 편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