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에 더욱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평소에는 전혀 알지 못했거나, 관심이 없어서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들이 궁금해지곤 한다.

그럴 때, 내가 가장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스승은 당연히 책!

며칠 전에는 철학의 세계에 빠져 머릿속에 '할렐루야~'가 울려퍼지는 경험을 했는데,

오늘은 불교의 세계로 떠나보았다.

불교 신자가 아닌지라 어찌보면 뜬금없지만, 사실 나와 아주 상관없는 영역이라고도 할 수 없는, 뭐 그런 분야다.

중국어 번역을 하다보면 불교 관련 글을 종종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 여름에도 한 달 이상 불교 회화에 관한 중국어 논문을 번역했는데,

처음에는 어렵고 영 뜬구름 잡는 것 같이만 느껴지던 논문 내용들이 조금씩 조금씩 눈에 들어오면서

문득 불교에 흥미가 생기고, 불교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특히, 그 즈음에는 고즈넉한 산사에서 울려펴지는 풍경 소리가 무척이나 그리워서, 난생 처음 절에 가고 싶기도 했더랬다.

그렇게 '불교 세계'를 기웃거리는 내 눈에 이 책이 확 들어온 것은, '중국 10대 선사 선기행'이라는 소제목 때문이었다.

중국 10대 선사 선기행이라니, 중국에 다녀온 내용이 담긴 책이 아닌가. 물론 여행서가 아니라, '선기행'이지만...

살짝 불교도 엿보고, '중국 여행'도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선'은 마음을 한 곳에 모아 고요히 생각하는 일이라는 뜻을 가진 불교 용어이다.

굳이 구분 짓자면 '불교 용어'인 모양이지만, '선'은 종교를 떠나 우리 삶 속에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음을 한 곳에 모아 고요히 생각하는 일'이 어찌 불교에만 한정되겠는가.

그래서인지 낯설다면 낯선 이 '선기행'에서 나는 애초에 걱정했던 낯섦 대신에 편안함을 느끼고,

많은 내용들에 동감을 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초조 달마부터 임제 의현까지, 중간중간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선사들도 많았지만,

나는 부지런히 저자 일행을 따라 사찰을 찾아가 함께 향을 사르고, 차를 올렸다.

이 책도, 불교 신자가 아닌 나를 편안하게 맞이하고 고요하고 친절한 음색으로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이 책이 내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나는 아마 반에 반도 다 못 알아 들었을 것이다.

어쨌든 아직 내게 낯선 이야기들이긴 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이 내 마음에 평안함을 선물해 준 것만은 틀림없다.

지난 여름 내내 그리워하던 풍경 소리가, 귓가에 살짝 울려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