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에르의 장편소설『셜록 미스터리』는 자음과모음 2기 서평단에서 열여섯 번째로 받은 책이다. 이 책을 382쪽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이틀 만에 완독했다. 그만큼 몰입했다고 할 수 있으리라. 책장을 덮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나를 여러 모로 혼란스럽게 한 책이었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셜록 홈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추리소설 중에 한 권인 줄로 알았다. 어린 시절에 홈스 시리즈를 읽은 기억을 되새기며 새로운 추억에 잠기리라고 기대를 했으나 이내 실망을 했다. 이 책의 저자가 J.M.에르였던 것이다. 홈스 시리즈의 저자가 아서 코난 도일이라는 정도의 상식은 있었다. 그런데 J.M.에르는 누구일까? 그렇다면 이 책은 셜록 홈스와는 관계가 없는 책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장의 제목이 ‘일반인을 위한 셜록 홈스, 홈스학자’였다. 그러면 이 책은 셜록 홈스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BBC방송에서 『셜록 시즌 3』를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그런 류의 작품일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시 혼란스러웠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작품은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이 아니고, 셜록 홈스나 그의 조수인 왓슨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홈스를 실존인물이라고 생각할 만큼 심취한 사람들이 소로본 대학의 홈스학과 정교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모임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추리소설과 전혀 관계없는 것은 아니다. 그 모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홈스학자들은 공포 속에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둘째, 나로서는 예상외로 몰입한 작품이다.‘예상외’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이 작품은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기 때문이다. 나는 추리소설은 그리 즐기지 않는다. 추리력이 부족하여 범인을 생각할 능력이 없고, 깊이 생각하면서 책장을 넘길 만큼 인내심이 있는 편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외국작품보다는 국내작품을 선호한다. 아무리 훌륭한 역자라도 완벽한 번역은 힘들게 마련이고, 훌륭한 번역이 아닐 경우에는 이해는 물론 읽는 것도 곤욕스럽기 때문이다. 아울러 나는 400쪽 이상이 되는 작품은 부담스럽다. 독서의 상당 부분이 걸으면서 이루어지는 나로서는 두꺼운 책은 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놓고 볼 때 이 책은 내가 싫어하는 요소는 골고루 갖춘 부담스러운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틀 만에 완독을 했다. 그 이유는 고립된 공간에서 참석자들이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는 스토리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고, 읽기 쉽도록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 단원이 5쪽 내외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사건이 지루하지 않게 이어지면서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셋째, 작가는 독자를 속이는데 성공한 듯하다. 나는 미스터리 물을 많이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범인 예측이 절반 정도는 성공한다. 정확하게 범인을 적중시킨 적은 거의 없지만, A 나 B 혹은 C가 범인이 아닐까, 라고 3~4명 정도를 생각하면, 그 중에 한 명일 경우는 많았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범인의 정체는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어찌 보면 기막힌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반전의 함정이 숨어 있다. 추리소설의 마니아가 아닌 평범한 독자에 불과한 나를 속였다고 해서 이 작품이 뛰어난 미스터리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짜릿한 재미를 준 작품이다.

 

넷째, 내게 홈스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것이 아쉬웠다. 나는 홈스 시리즈를 학창 시절에 읽기는 했지만 그 양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으므로 셜록 홈스에 대한 나의 상식은 백지 상태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홈스의 마니아를 넘어서 하나의 학문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셜록 홈스를 실존인물이라고 맹신할 정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작품 곳곳에서 셜록 홈스가 등장하는 이른바 정전(장편 4편과 단편 56편) 곳곳의 일화와 홈스의 어록이 나오고 있다.

 

“나는 멋대로 짐작한 적이 한 번도 없네. 그게 버릇이 되면 큰일이지. 논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지거든. 셜록 홈스가 『네 개의 서명』에서 왓슨에게 한 말이오. 이건 홈스의 추리 방법의 원칙이기도 하지.”

 

“그래도 실마리를 찾았는지 그게 무엇인지 말해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예?”포세이돈이 재차 물었다.

 

“셜록 홈스는 이런 말로 왓슨을 칭찬하기도 했지. 자네는 침묵이라는 훌륭한 천품을 갖고 있네. 그래서 자네는 내 친구가 될 수 있는 거야. 자네도 그 의사와 견줄 만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 보면 어떻겠나?”(122~123쪽)

 

사건을 해결하려는 수사관(이 작품에서 홈스에 해당하는 인물)인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사건의 내용을 궁금해 하는 포세이돈에게 한 말이다.『네 개의 서명』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인용한 대사들이 어떤 상황에서 나온 말인지 알 도리가 없지 않겠는가? 이 작품에는 위와 같이 여러 작품에서 홈스가 한 어록이 수십 곳에 걸쳐서 나오고 있다. 물론 해당 작품을 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인용한 말이 어떤 상황을 일깨우거나 비유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의미를 파악함으로써 작품의 재미를 만끽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셜록 홈스의 마니아급에 속하는 열성팬이라면 이 작품을 아주 재미있게 읽으면서 추억에 잠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추리소설이 취향에 맞는 독자라면 이 작품이 유용할 수 있을 것이다. 셜록 홈스가 여러 작품에서 토한 추리에 대한 명언을 통해 그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추리의 원리까지도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로서는 추리소설이 취향에 맞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하면서 흥미있게 읽었으니 묘한 매력을 지닌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셜록미스터리, JM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