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현암사의 서평단 이벤트에서 받았다. 서평단을 모집할 때 출판사에서는 이 책에 대한 기대평을 댓글로 남길 것을 요구했고, 나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왜군장교로 혈서를 쓴 사람의 따님이 대통령이 되고, 친일 의혹이 있는 교학사 교과서 파동을 보면서 독립지사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독립군 장군은 안중근, 김좌진, 홍범도 장군입니다. 그런데 지금 헤아려 보니 안중근 의사나 김좌진 장군의 삶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상식이 있는 듯한데 홍범도 장군에 대해서는 그것이 많지 않군요. '홍범도 장군 평전'이라는 제목에서 강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둘째, 김삼웅 저자에 대해 존경을 느끼고 있습니다. 전에 그 분의 저서인 『변절자』,『한국 필화사』등을 뭉클한 마음을 품으며 열독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삶 자체가 우리 시대 지사이자 지성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요.   셋째, 출판사에 대한 믿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암사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게가 있는 교양서를 많이 만든 출판사라는 믿음을 갖고 있고요.   홍범도 장군에 대해서 김삼웅 저자가 쓰고 현암사에서 펴낸 책이라면 좋은 책의 삼요소를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만나고 안 만나고를 떠나서 이 시대에 이런 책이 보다 많은 독자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댓글에 적힌 내 마음의 솔직한 표현이다. 홍범도 장군에 대해 김삼웅 저자가 쓰고 현암사에서 펴낸 책이라면 믿을 수 있고, 이 시대는 이런 책이 보다 많은 독자를 만날 필요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책의 장정과 제본이 마음에 들었다. 성서같이 하드커버로 된 표지, 독립운동을 하던 당시의 홍범도 장군을 표지로 한 장정 등에서 품격을 느꼈다. 평생을 풍찬노숙하면서 고고한 뜻을 지킨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인 장군에게 바치는 평전에 적합한 책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렇게 훌륭한 책을 만들어 준 저자는 물론 편집자와 출판사에 감사를 드리고 싶을 만큼 고마웠다.

 

둘째, 홍범도 장군에 대하여 보다 상세하게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독립군 장군에 대한 나의 상식은 김좌진, 이청천, 홍범도 장군 등이 있었으나 그중에 으뜸은 청산리 전투의 영웅인 김좌진 장군이라는 정도였다.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이봉창 의사같이 단신으로 적에게 일격을 가한 투쟁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각인되어 있는데, 독립군의 집단적인 항쟁에 대해서는 청산리 대첩만 떠올렸을 뿐이다. 물론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대첩도 듣기는 했으나 그 공적은 청산리 대첩보다는 한 수 아래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홍범도 장군은 실로 대단한 영웅이었다. 청산리 대첩의 실질적인 주역도 김좌진 장군이 아니라 홍범도 장군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으며, 후치령·삼수·갑산·용문동 등 각종 전투에서 일군에게 막대한 타격을 입힌 용장이었다. 의병의 지도자인 유인석은 홍범도 장군을 삼국지의 5호대장 중에 한 사람으로 비유하면서 나머지 4호가 없음을 애석해 한 것이 조금도 과장이 아닌 진실임도 실감했다. 홍범도 장군이야 말로 평생 지조를 지키며 조국을 위해 헌신한 독립군의 최고 영웅이었다.

 

셋째, 역사 왜곡의 진상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씨가 친일파를 대거 등용하면서 독립군들이 홀대를 받은 것도 부족해서, 일왕에게 충성을 다하던 일군 장교 출신인 박정희 씨가 18년간 집권하면서 독립운동의 역사가 왜곡되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민족지로서 민족정신을 고양했다고 자랑하고 있는 족벌신문들이 사실은 일본왕의 사진을 제호밑에 두는 등 반민족적인 행위를 한 부역지였다는 것도 들은 바 있다. 그러나 독립운동의 영웅으로 알고 있었던 이범석 장군이 자신의 상관인 김좌진 장군의 공을 과대평가하면서 홍범도 장군을 폄훼한 사실은 이 글을 통해 처음으로 알았다.

 

독립운동 최고의 영웅이었던 홍범도 장군은 말년에 소련에 거주하며 공산당에 입당한 전력 때문에 반공의 분위기가 지배한 이 땅에서 과소평가 되었던 것이다. 장군은 독립이 된 뒤에도 지하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넷째, 풍부한 자료와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훌륭한 평전이었다. 저자는 홍범도 장군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여 장군의 일대기를 재구성하는데 성공했다. 각종 사료에 실린 장군의 모습, 동시대를 살았거나 장군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장군에 대한 평가 등을 통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장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유시 참변 당시 장군의 처신과 상황, 소련 공산치하에서 장군의 생활 등도 가감 없이 적어서 독자들에게 평가의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다섯째, 반일과 반공에 대한 시각을 다시 생각했다. 이 책에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저지른 천인공노할 행위에 각종 사료를 제시하면서 보여주고 있다. 일제의 행위는 나치 못지않은 만행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나 정전이후 간첩의 만행도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끔직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반공의 목소리는 높은데 비해, 일본에 대한 비난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특정 출판사의 역사교과서같이 일본의 행위를 옹호하는 듯한 표현마저 보이고, 그것을 옹호하는 수구적인 목소리가 힘을 얻기도 하는 실정이다. 역사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과연 우리나라가 독립이 된 것은 맞는가, 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여섯째, 『환단고기』 관련 부분은 생각해 볼 문제인 듯하다. 저자는 대종교 활동을 통한 홍범도 장군의 사상적인 독립운동을 소개하면서 『환단고기』를 편집한 계연수 등에 대한 지원도 언급하고 있다. 장군이 『환단고기』발간에 경비를 지원하는 등 도움을 주었다는 기록도 있으나, 사계의 일각에서는 『환단고기』를 위서로 보는 관점도 있다. 즉 『환단고기』편찬 과정 모든 것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다수 의견인 것이다. 그렇다면 장군의 이 부분에 대한 기여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독립운동의 실질적인 영웅인 홍범도 장군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실은 이런 책이 보다 많은 독자를 만날 필요가 있는 시대이다. 이 책이 보다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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