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교사 동아리의 첫 번째 대상 작품으로 선정된 것이 김두식 교수의 <불편해도 괜찮아>였다. 동아리에 참석한 7명의 회원들의 일치된 반응은 다음 두 가지였다.

첫째, 이 책이 예상외로 재미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라는 것이다.

둘째, 직장과 가정에 쫓기다 보니 심도 있게 읽을 여유가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이 책은 모두 9장으로 되어 있다. 1차 모임에서는 1~5장(청소년 인권, 성소수자 인권, 여성과 폭력, 장애인 인권, 노동자의 차별과 단결)을 읽고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그러나 청소년 인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뒷부분에 대해서는 깊은 논의를 하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각 회원들의 발표 요지를 정리하였다. 완벽한 리뷰를 완성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제2회 모임 때 보다 보완된 논의가 이뤄질 것을 기대하며, 부족하나마 1차에서 오고간 화제를 공유한다.

발제 

1. 이 책을 읽자고 제안할 때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 밖에서는 학생인권이 거론되지만 정작 학교 내에서는 말조차 꺼내기 힘든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더 터놓고 얘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 이 책은 초임 때부터 줄곧 고민해 왔던 여러 문제에 대한 답을 주고 있고, 최소한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고 있다. 학생들의 과중한 학습 부담, 경쟁적인 학교 분위기, 체벌 문제, 복장 지도 등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3. 어제 흥덕고 이범희 샘이 강연에서 말했듯이 이번이 교육개혁을 할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서서히 바꾸어 나가자고 그동안 얘기해 왔지만 바뀌지 않았던 많은 것들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바꾸어 나갈 수 있다. 체벌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를 지키기 위한 길이라는 것에도 공감이 된다.

4. 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그동안 해왔던 몇 번의 체벌이 과연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었는지 의심이 된다. 어쩌면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한 나 자신의 인격적 미숙함은 아니었을까?

5. 내가 학생들에게 선생님을 존경하라고 말하면 나 역시도 학생을 존중해야 한다. 지금 학교에서 시도하는 변화(물론 위에서 내려온 것이기는 하지만)에 대해 우리 교사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신규 선생님의 “선생님, 저는 왜 아이들 머리를 제가 검사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물음에 답해야 할 때다.

1. 청소년 인권

1-1  학생지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느끼기는 했지만 개운하기보다 답답함이 느껴짐.

1-2“공부가 화제에서 사라져도 가정은 달라진다.”는 작가의 독백에 공감하지만, 학교에서 공부를 화제로 올릴 수는 없지 않은가?

1-3 교육을 위한 제약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제약은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50쪽) 맞는 말이다. 아울러 학생들도 자신의 인권을 위한 주장을 할 수 있겠지만, 그 인권은 교권을 침해하거나 다른 학생의 인권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그 범위를 넘어섰을 경우에는 적절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

1-4 규제하려는 사람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적 목적을 위한 것인지를 논리적으로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 머리를 길러야 할 이유나 치마를 줄이고 싶은 이유를 학생들이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45쪽) 역시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국민에 대한 각종 규제에 대해서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인지 국가가 논리적으로 입증한 적이 있는가? 국민이 잘못했을 경우에 그 이유를 입증할 책임을 국민에게 묻고 있지 않는가? 말장난이 아니다. 이 논리가 성립되려면 사회나 국가의 민주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교육계는 기본적으로 그 사회에서 보수적인 집단의 하나이다. 그런데 국가의 책임은 회피한 채 가장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교육을 강요하고 있는가? 공산주의 국가에서 학생 인권이 보장될 수 없듯이, 우리 사회 역시 학생 인권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

1-5 자식을 둔 학부모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가장 많이 생각해 보는 부분이다. ‘지랄 총량의 법칙’에 따라 지금 제대로 미쳐가고 있는 교실을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수용하는 태도로 이해해 보기로 해야겠다.

1-6 평소의 무의식적인 생각을 의식적으로 끌어내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소수자의 입장에서 쓴 이 책을 통해 평소에 다수자의 입장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균형감각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2. 성소수자 인권

2-1 여성동성애자들끼리 섹스 장면을 찍은 포르노는 그리 부담을 느끼지 않는데, 남성동성애자들끼리의 섹스 장면은 보기 힘들었다. 그 이유는 내가 레즈비언이 될 가능성은 없겠지만, 게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68쪽) 글쎄, 나는 그런 불안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데도 보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반대로 여성들은 남성동성애자들끼리 섹스 장면을 찍은 포르노는 그리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말인가?

2-2 내 주변에서 동성애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어쩌면 당신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동성애자일 수도 있다.(88쪽)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어쩌면 나와 가까운 가족 중에 동성애자나 하리수 씨 같은 사람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다면 좀더 부드러운 시선으로 성소수자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3 “그래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해 왔는데 글을 통해서 구체적인 예를 읽고 나니 마음에 돌덩이가 얹힌 듯하다. 작가가 말하는 ‘불편함’을 공감한 것이다. 나도 좀더 성숙해져서 이런 영화나 에피소드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2-4 딸에게 물었다. “너의 가장 친한 친구가 같은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딸의 대답은 쿨했다. “뭐, 어때요. 자기 인생인데. 친구인 나나 같이 사는 부모가 그 사이를 인정해준다고 해도 아마 살아가기 힘들 거예요. 가능하면 이해해 주겠어요. 하지만 어떤 여자 아이가  나를 좋아한다고 따라다니면 그건 못 참을 것 같아요.”

2-5 불편한 것을 어떻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표현했을까? 작가의 분석과 묘사에 감탄했다.

3. 여성의 인권과 폭력

3-1 흥미 있게 읽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인용한 드라마나 영화를 거의 보지 못했다. <왕의 남자>는 보았지만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네 멋대로 해라>는 제목은 알고 있고, 몇 장면만 보았을 뿐이다.

3-2 연애 시절에 여자를 때린 남자는 결혼 후에도 때릴 수 있다.(100쪽) 역으로 생각하고 싶다. 결혼 전에 맞은 여자는 결혼 후에도 맞을 수 있다. 절대로 맞지 말고, 때리지도 말자.

3-3 평소에는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심각한 오류의 발단일 수 있고, 건전하게 생각했던 것이 비판받아야 할 범죄임을 인식하는 장면이 곳곳에 있었다.

4. 장애인 인권

4-1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가능성 패러다임(일반사람의 한 부류로 인정하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이해)’로 이끌어 내는 것이 문제를 푸는 열쇠인 것 같다.

4-2 새삼스럽게 장애인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착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으며, 부지런한 사람이 있고 게으른 사람이 있듯이 장애인 역시 그렇다.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우리가 이웃사람을 대하듯이 그렇게 대하면 된다.

4-3 "선한 동기로 장애인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154쪽)의 사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장애인들은 우리가 동정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야 할 이웃일 뿐이다.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저자에게 감사한다.   

5. 노동자의 차별과 단결

5-1 이 말을 명심하고 싶다. “의심스러울 때는 약자의 이익으로!”

5-2 인권에 대한 주장은 상대적일 때가 많다. 어느 선에서 절충하는가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이다. 나 역시 이 말에서 해답을 얻었다. “의심스러울 때는 약자의 이익으로!”

5-3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일제강점기 때 민족정기를 휘날린 민족지인 줄 알고 있었다. 또, 박정희 대통령은 이 땅을 구한 구국의 영웅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한 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친일 행각을 알게 되었고, 박정희 씨의 일제시대 행각과 해방직후의 용공활동을 알게 되었다. 그 때의 배신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한편 나는 영국의 새처(대처) 총리를 영국병을 구한 구국의 영웅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그간 온갖 불법을 통해 영국 최대의 노동조합이었던 탄광노조를 와해시킨 극력한 수구세력임을 알게 되었다. 영국병을 치유한 것이 아니라 영국병을 잠복시켜서 후대에 물려준 인물이라는 것을…. 그리고 깨달았다. 박정희 대통령, 조선일보, 동아일보, 새처(대처) 총리가 같은 부류라는 것도…. 또한 새처 총리가 탄광노조를 와해시킨 공작은 우리나라에서도 노조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한국의 노조 중에는 영국의 탄광노조와 달리 그것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자료 출처 : 00중학교 교사들의 교내동아리에서 토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의견을 발표한 이들의 이름은 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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