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광 저자의『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는 자음과모음 2기 서평단에서 열두 번째로 받은 책이다. 이택광 저자의 책은 두 번째 만난다. 자음과모음 1기 서평단에서 첫 번째로 받은 책이『마녀 프레임』이었기 때문이다. 소설가나 수필가 또는 시인이 아닌 평론가의 저서를 두 권씩이나 읽는 것은 나로서는 아주 드문 일이다. 책을 통해서나마 만남이 있는 이의 책을 받으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마음을 몇 가지를 적어 보겠다.

 

첫째, 부담감을 갖고 책장을 펼쳤다. 두 번째 만나는 저자이기는 하지만, 첫 번째 만남에서 저자의 책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경험한 터였다.『마녀 프레임』은 아주 흥미 있는 주제가 아닌가? 그러나 아무리 매력적인 주제라도 평론가의 손에만 들어가면 무거워지는지, 200쪽도 안 되는 얄팍한 그 책을 덮을 때는 천 쪽은 읽은 듯한 기분이었다. 이 책 역시 200쪽을 약간 넘기는 분량이지만, 각오를 단단히 하고 책장을 열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무거운 내용들을 만났다. 하지만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런대로 무난하게 마지막 장까지 읽을 수 있었다.

 

둘째,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책장을 넘긴 듯한 마음이다. 예전에『우울할 땐 니체』를 읽을 때의 마음을 그대로 느꼈다. 한 문장 한 문장은 어렵지 않은데 한 파트를 읽고 나면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 남는 것이 없었다. 우울할 때 그 책을 읽으면 개운해지기는커녕 더욱 무거워지는 듯한 책이었다.

 

이 책 역시 그렇다. 이 책은 크게 두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철학자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약도’라는 표제 아래 철학의 역사와 사조에 대한 저자의 글 여섯 편이 담겨 있다. 약도라면 한눈에 들어와야 하는데 복잡한 지적도를 보는 듯 머리가 무거웠다. 문장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뜻이 쉽게 와 닿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2장에서는 저자가 9명의 철학가들과 인터뷰를 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 실린 철학가들이 나로서는 모두 생소하였다. 그들의 말에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되는 면도 있었지만, 어떤 내용은 구름에 가려진 달을 보듯 존재는 느껴지는데 형체가 감이 안 잡히는 곳도 있었다. 그래도 서로간의 연관이 있고, 1장에서 얻은 배경지식이 있음인지 ‘아, 이 글이 그 내용이구나.’라면서 반갑게 느껴지는 곳이 꽤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해한 것보다 그렇지 못한 것이 더 많으니 책장을 읽었다기보다는 넘겼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셋째, 책장을 넘기면서 뿌듯한 마음을 느꼈다. 몇 년 전의 나라면 이 책을 열 장 이상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름 집중하면서 완독을 했다. 내가 ‘철학’을 학문적으로 만난 것은 대학 1학년 때 교양과목으로 ‘철학개론’을 배울 때였다. 당시 나는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이 어떤 내용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많았지만, 한 하기를 마칠 때면 어떤 뿌듯함과 함께 아쉬움을 느꼈었다. 이 책에서의 느낌도 그랬다. 책장을 넘기면서‘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라는 제목의 의미를 반추하다 보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미래에도 생각이 멈췄다.

 

이 책은 많은 독자들을 만나기는 힘들 듯하다. 읽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책이 많이 나오고 독자들을 많이 만나는 사회가 문화 사회이고, 건전한 미래를 펼치는 긍정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되기를 기원한다.

 

다시더낫게실패하라, 이택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