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림 저자의『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자음과모음 2기 서평단에서 열세 번째로 받은 책이다. 제목에서 어떤 매력을 느꼈다.‘화양연화’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은유하는 말이라고 한다. 2000년에 왕가위 감독이 『화양연화』라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제목은 들은 듯하지만 영화를 보지 않아서 이렇다 할 기억은 없다. 그저 아름다운 낭만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책장을 넘겼다. 거기에서 느낀 마음을 몇 가지만 적어 보겠다.

 

첫째, 처음에는 밋밋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저자가 감명을 받은 책, 영화, 음악, 풍경 등을 보면서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있다. 이런 형식의 책은 몇 번 만났다. 공지영 작가의『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도 비슷한 형식이 아니었던가? 또한 권아라 씨의 아름다운 삽화가 많이 담겨 있는데, 그런 구성의 책 역시 혜민 스님의『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 여러 편을 읽었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에 한 권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다.

 

내가 밋밋하게 생각한 또 하나의 이유는 저자가 예를 든 작품들 중에 내가 읽었던 작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비올레타 파라의 노래 <생에 감사해>,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책 『삼십 세』,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소설『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등 모두 생소했다. 그러니 그와 아울러 전개되는 저자의 생각에 쉽게 공감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둘째, 시나브로 작품의 매력에 잠겨 들었다. 저자가 전하는 목소리는 삶은 아름답고, 그 아름다운 삶속에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책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앞서서 저자가 소개하는 책이나 영화, 또는 음악이 생소했다고 하는데 저자는 단순히 반드시 그 작품들을 읽은 사람과 공감을 목적으로 이 책을 쓴 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작품들의 줄거리가 필요할 때는 줄거리를 알려주었고, 분위기가 필요할 때는 그 분위기를 전해주었다. 그 작품을 읽거나 보지 않았더라도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또한 사람 사는 세상은 매한가지가 아니던가? 작품과 저자가 전하려는 목소리를 이해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책의 매력에 잠겨 들었다. 끊임없이 주는 물을 마시며 시루속의 콩나물이 자라듯 나는 책을 이해했고, 서서히 달궈지는 열기에 의해 냄비 속의 개구리가 죽어가듯이 현실을 잊고 책속에 빠져 들었다.

 

어느 때는 뭉클한 감정에 가슴이 미어지기도 하고, 감동적인 작품을 보면서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듯 손수건이 필요하기도 했다. 저자가 소개하는 작품이 나도 감명 깊게 읽은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친숙하게 느껴졌다. 이것이 저자의 역량일까? 그보다는 진심의 전달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셋째 정말 좋은 책이라고 느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느낀 마음이다. 이 책은 좋은 작품의 훌륭한 안내서이기도 하고, 절망하는 이에게는 위로와 함께 힘과 용기를 주어 일어서게 하고, 무료한 나날을 보내는 이에게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지침서일 듯하다. 이 책이 어떤 책일까, 라는 물음에 떠오른 답이 '정말 좋은 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지 못한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말은 30분 정도는 마음을 비우고 책에 몰입해 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 순간에 위로를 받고, 힘과 용기를 얻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책장을 덮기 훨씨 이전에 아름다운 가치를 깨달으면서 책의 매력에 심취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이나 영화 또는 음악을 감상하고 싶다. 그러면 이 책의 의미를 더 깊이 알게 되리라.

내인생의화양연화, 송정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