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두레아이들 출판사의 서평단 이벤트에서 받았다. 서평단을 모집할 때 출판사에서는 이 책에 대한 기대평을 댓글로 남길 것을 요구했고, 나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2차세계대전은 우리나라의 독립과 분단과도

어느 정도 관계된 내용이니 약간의 상식은 있지만

1차세계대전에 대해서는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1차세계대전은 1914년 7월 28일에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면서 시작되었으며,

1918년 11월 11일 독일의 항복으로 끝난

세계적 규모의 전쟁이라는 사전적인 상식 정도만 알 뿐입니다

그 무렵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였으니

우리 역사와 연관이 적었던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을까요?

 

해박한 지식, 풍부한 자료 사진,

전쟁참가자들의 생생한 증언이라는 안내글도 호기심을 자극하는군요.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2차세계대전까지 이어지는

세계사의 흐름을 알려주는 좋은 자료가 되리라고 봅니다.

 

댓글에 적힌 그대로 1차세계대전에 대해 알고 싶은 지적인 욕구로 인해 이 책의 서평단을 신청했다. 그렇게 기대했던 책을 읽은 뒤에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몇 가지만 쓰겠다.

 

첫째, 옛 신문이나 잡지의 스크랩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책속에는 많은 사진과 지도 등이 삽입되어 있었으나 모두 흑백이었다. 또한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지는 문체는 예전에 극장에서 상영하던 ‘대한뉴우스’의 멘트를 듣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새 책이었지만 인쇄상태가 그리 선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쁜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옛 앨범을 보는 듯 친근감을 주면서 뜻 모를 향수에 잠기기도 했다. '뜻 모를‘이라는 표현을 한 것은, 우리나라가 1차세계대전에 참전한 것도 아니고, 연합국이건 동맹국이건 우리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국전쟁의 기록화를 보는 듯 친숙하게 느껴졌다는 것이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1차세계대전의 전개 과정을 익힐 수 있었다.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의 피살로 발발된 전쟁이 독일의 정전협상 서명으로 종결되기까지의 과정을 마치 당대의 신문이나 잡지의 기사를 보는 듯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전쟁에 참전했던 많은 사람들의 증언이 담겨있다. 일기, 인터뷰, 신문기사 등 각종 자료를 활용하여 요소요소에서 전해주는 서술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전쟁에 대하여 ‘편안’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죄스럽지만, 그만큼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셋째, 전쟁의 참혹함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전쟁치고 낭만적인 것이 어디 있으랴만, 나는 지금까지 1차세계대전은 ‘비참’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치의 광기와 히틀러의 자살로 항복을 한 독일과 원자탄 세례를 받고 두 손을 든 일본 등의 비극이 서린 2차대전이나 우리나라가 직접 참전했던 월남전, 이스라엘의 광기로 고통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중동의 비극 등에 비하면 1차세계대전은 목가적인 전쟁이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특히 동족상잔의 아픔이 서린 한국전쟁의 비극에는 미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면에는 기사도의 전통을 지닌 서양인들의 전쟁은 어느 정도는 신사도를 지켰으리라고 오산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무지에 의한 잘못된 상식이었다. 1차세계대전에서는 각종 전투에서 사상자가 수만 명이 발생한 것은 부지기수이고 수십 만이 희생된 전투도 다반사였다.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 이곳에 얽힌 여러 나라들이 초토화되면서 많은 군인과 민간인들이 이유도 모르고 죽어갔다. 그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에 비하면 일제강점기 때의 독립군이나 한국전쟁에서의 양측의 희생은 그야말로 동네 꼬마들의 병정놀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전쟁이 재미있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인류의 가장 큰 비극이 전쟁일 것이다. 이 책은 그 비극 중에서도 가장 처참한 장면을 전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편안하게 읽었다. 그것은 저자의 역량이 뛰어나고, 이 책의 구성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1차세계대전의 과정을 알고싶은 지적인 욕구를 충족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로서는 성공적인 독서였다.

 

이 책을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다. 책을 읽은 학생들은 단순히 1차세계대전의 전개 과정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악의 축처럼 느껴지던 소련의 공산당 혁명이나 독일의 나치 집권이 어떤 배경에서 출범했는지, 그래서 2차세계대전이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즉 유럽의 현대사를 익힐 수 있다. 즉 세계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매우 유용한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1차세계대전, 러셀프리드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