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영 작가의 장편소설『하품은 맛있다』는 자음과모음 2기 서평단에서 열네 번째로 받은 책이다. 붉은 색의 배경에 하얀색 원무늬가 있는 붉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인의 하반신이 그려져 있는 표지에서 호기심은 느꼈지만 그것뿐이었다. 저자나 책의 내용에 대해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으니 서평의 의무 때문에 책을 펼쳤을 뿐이다. 그렇게 만난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예상외로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 책이다. 예상외라는 표현을 한 이유는 저자와 내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므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그런 내용의 평범한 애정소설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처음에는 그런 예상이 맞는 듯했다. 박이경이라는 그리 내세울 것이 없는 20대 처녀의 이야기인 듯싶었다. 그러나 이경이 꿈속에서 다운(본명은 단아름다운인데 줄여서 다운으로 부른다고….)이라는 미모와 재산 등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또래 여성의 생활을 체험한다는 내용이 흥미 있었다. 그것이 단순히 꿈이 아니고, 다운이는 실재로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그녀 역시 꿈을 통해 이경이의 생활을 체험하고 있었으며 서로의 존재를 감지하게 되었다.

 

구운몽이나 홍루몽처럼 전세와 후세를 왕래하면서 새로운 삶을 사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두 인물이 꿈속에서 내왕하는 사연은 처음이라 흥미진진한 마음 속에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둘째, 다양한 삶을 통해 삶의 진실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재산을 가진 부모 슬하에서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는 다운이! 부러울 것이 없는 삶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평범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직장인처럼 보이는 남사장이나 임대리의 이면도 그렇지는 않았다. 이경이가 어린 시절 부러워했던 짝꿍이었던 유나 역시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고…. 이경이의 새로운 삶 역시 그리 평탄할 듯싶지는 않다. 그래서 삶은 고해라고 했던가?

 

셋째, 가끔은 이해되지 않은 내용이 있었다. 이경이와 다운이가 꿈을 통해 서로의 생활을 경험하는데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 끈이 끊어졌다. 그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틀 동안 급히 책장을 넘겼기 때문에 그 부분을 깊이 생각하지 않은 탓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부분은 좀 더 쉽게 설명을 해주었으면 좋았을 듯하다. 결말 부분에서는 무언가 허탈한 느낌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유리겔라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한때 초능력을 가졌다고 알려졌던 그가 내한해서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해서 생방송 쇼를 할 때 관심 있게 본 기억이 떠올랐다. 작품 속에 적절하게 활용한 그 부분이 나와 비슷한 세대에게는 추억을 떠오르게 할 듯하다.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가벼운 독서를 원하는 사람은 물론 깊이 있는 독서를 원하는 이도 많은 생각을 할 거리를 담고 있는 책이다. 환상적인 내용이 황당하다기보다 실감나게 느껴졌으니 아마도 작가의 역량인 듯하다.

하품은맛있다, 강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