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의『스님의 주례사』는 나로서는 드물게 구입과 동시에 완독한 책이다. 나의 월평균 독서량은 15권 내외이다. 즉 2~3일에 한 권 정도 읽고 있으니 국민 평균으로 보면 다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내가 ‘구입과 동시에 완독한 드문 책’이라고 표현한 것은 문맥 그대로 그런 책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내가 읽는 책은 인터넷 서점의 서평단을 통해서 구하는 경우가 많다. 매월 예닐곱 권 정도는 그런 경로를 통해서 읽게 된다. 또한 직장의 도서관을 통해서 읽는 책도 매월 대여섯 권은 된다. 물론 매월 구입하는 책도 몇 권은 된다. 그러나 독서의 우선순위는 첫째는 서평단도서, 다음은 도서관 도서이다. 서평단 도서는 기한을 정하고 받은 것이니 약속한 기한 내에 읽어야 하고, 도서관 책 역시 기한 내에 읽고 반납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정작 읽고 싶어서 구입한 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서론이 두서없이 길었는데…, 나의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10월 26일에 구입을 했고, 받자마자 사흘 만에 완독을 했다. 그만큼 나로서는 기대가 컸고 몰입한 책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완독을 하고도 보름이 지난 지금에야 리뷰를 쓴다고 붓을 들었다.

 

내가 리뷰를 늦게 쓰는 경우는 세 가지이다.

첫째, 책이 너무 좋아서 좀 더 멋진 리뷰를 쓰려는 욕심 때문에 미루다가 지체된 경우.

둘째, 책이 너무 어렵거가 핵심을 잡지 못해서 미루다가 지체된 경우.

셋째, 개인적으로 너무 분주해서 리뷰를 쓸 여유가 없는 경우

 

가장 많은 경우가 첫째이고, 다음이 둘째, 가장 드문 경우가 셋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경우인가? 당연히 첫째이다. 법륜 스님의 이 책은 이미 많은 독자들이 찾았고, 그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나 역시 때로는 삶의 멘토로부터 따뜻한 가르침을 받는 듯했고, 때로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마음 깊은 소리를 새삼스럽게 듣는 듯하기도 했다.

 

그 마음을 내가 가진 기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멋진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글을 쓴 경우는 거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책에서 받은 감동이나 내용은 잊게 되고 결국 글을 못 쓰거나 엉뚱한 글이 나오게 된다.

 

이 책 역시 그런 길을 걷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면서 가슴을 때리는 채찍인 듯 아프면서도 한없이 너그러운 그 품에 안기고 싶었던 감정들, 내가 느낀 감동을 나의 가족과 학생들에게 전해야겠다는 깨달음 등은 모두 잊어졌다. 다만 그런 감정을 느꼈다는 것만 기억날 뿐, 그것이 무엇인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책을 펼쳤다. 감동과 깨달음은 밀려왔으나 처음 읽을 때의 그 마음은 아니었다. 두 번째 읽은 마음은 전과 다른 새로운 것이었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내 가슴을 쳤던 느낌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을 되새길 수 없으니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내 서가에 가까이 있을 것이다. 짬이 날 때마다 세 번째, 또 그 이상이라도 펼치고 읽으면 되지 않겠는가? 그때마다 새로운 감동과 깨달음을 얻게 되리라고 본다.

 

다만 혹시 법륜 스님과 혹시 이 글을 읽게 될 분들에게 죄송할 뿐이다. 좋은 책의 리뷰를 이렇게도 부실하게 썼으니…….

스님의주례사, 법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