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버림 표지와 책띠

책띠는 표지 하단과 똑같은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 책은 출판사 관계자로부터 선물로 받은 책이다. 물론 단순한 선물이 아니다. 출판사에서 블로거에게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리뷰를 통해 평가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고, 그것을 받는다는 것은 읽고 쓰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요즘은 책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다. 직장에서도 바쁜 시기이고, 개인적으로도 읽어야 할 책이 밀려있는 터다. 거기에 새로운 책을 만나면 부담도 늘어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서평단 응모도 자제하는 중이고, 서평을 전제로 하는 선물 역시 사양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보면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 있고, 책이나 저자에 대한 어떤 정보를 들으면 바로 관심을 보이니 이것도 고질인 듯하다.

 

이 책에 대해서도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명성은 알고 있었고, 특히 내가 존경하는 테레사 수녀가 그의 저서에 대해 격찬을 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났다. 더구나 지금까지 양서를 출판하기로 정평이 난 출판사이니 금세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에서 무엇을 느꼈던가? 책장을 덮으며 마음속에 남은 인상을 몇 가지만 덧붙이겠다.

 

첫째, 나의 역량으로는 벅찬 책이었다. 427쪽의 방대한 분량 때문만은 아니다. 읽기에 부담이 되는 방대한 책은 가급적이면 피하는 취향이기는 하지만 최근에 800여 쪽의 저서도 읽은 바 있다. 삽화가 한 장도 없는 품격을 지닌 책이라서도 아니다. 그런 책도 여러 번 읽은 바 있다.

 

번역이 생경한 것도 아니고, 내용이 난해하다고 할 수도 없다. 문장은 자연스러웠으며, 내용도 고담준론을 설파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내 취향이 이런 종류의 명상서적과 거리가 먼 것일까? 그런 것도 아닌 듯하다. 지금까지 자기계발에 관한 책을 적잖이 읽었다.

 

평소 나의 독서 속도는 하루에 100~200쪽 정도이다. 그렇다면 3~4일이면 완독을 했어야 하는데, 무려 여드레나 소요되었다.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면서 열흘 가까이 읽게 한 것일까? 나의 역량 부족이 아닌가 생각된다.

 

둘째, 처음으로 읽은 과학을 바탕으로 한 자기 계발 명상서적이다.‘자기 계발 명상서적’이란 용어가 적절한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근태의『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나 윤석일의 『1인 기업이 갑이다』같은 책은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한 자기계발의 책이고,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나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같은 것은 인격을 수양하는 자기계발의 책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종류에 속할까? 그것을 잘 모르겠다. 실생활을 응용하는 듯하지만, 단순히 참아라, 이해하라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의 실례를 들고 있지만 그들의 성공비결을 들려주는 것도 아닌 듯하다.

 

이 책의 화두는 크게 ‘놓아버림’과 ‘항복하기’인 듯하다. ‘놓아버림’과 ‘항복하기’는 둘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같이 한 몸이다. 마음속의 욕심, 죄책감, 공포, 분노 등을 놓아버리라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저항하거나 굴복하지도 말고 항복을 하라고 했는데, 여기서 항복은 ‘어떤 일에 대한 격한 감정이 없음’을 뜻한다. 그런 일(욕심, 죄책감, 공포, 분노 등의 감정)이 생겨도 괜찮고, 생기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세상일에 애착을 갖지 말라는 부처의 가르침이나. '세상 속에 있되. 세상의 일부가 되지 말라.’예수의 근본 가르침과도 일치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혜민스님이나 법륜스님 등의 저서와 다른 점이 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스님들은 애착을 갖지 않으면 욕심도 없다고 좋은 말씀으로 인도하셨지만, 이 책에서는 단순히 좋은 말씀만 소개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좋아진 사람들의 실례나 통계를 과학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셋째, 마음이 육체의 주인인 것도 과학적인 방식으로 설파한다. ‘놓아주기’와 ‘항복하기’를 실천하면 단순히 마음의 평화가 온다는 것이 아니다. 육체의 병까지도 이길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육체의 고통이 마음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육체까지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여러 여성들에게 단순한 영양제(식염수)를 주사하면서 월경주기를 보름 정도 앞당길 수도 있다는 언급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주사를 맞은 여성들의 70%가 월경주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것을 실천하면 자신의 질병을 고치는 것은 물론 시력이나 청력 등도 회복될 수 있다면서 실제 사례를 들려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대의 마음까지 움직여서 주변을 평화롭게 할 수도 있다고 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황당하다고 느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글을 읽는 동안 황당함을 느끼기보다 자연스럽게 몰입했다. 책의 가치를 느끼게 되면서 그 매력에 빨려들었던 것이다.

 

성경에서 예수와 예언자들의 기적을 믿을 수 있는가? 불경에서 부처가 행한 이적들은 신뢰할 수 있는가? 과학적으로는 불가능한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며 일소에 붙이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종교에 귀의하면서 평화를 얻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기존 종교나 신흥종교의 교리를 적은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어떤 종교와도 관계 없다.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책은 성경같은 책이다. 읽고 깨닫고 믿으면 저자가 말한 평화를 자신의 몸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경지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다만 이 책의 내용이 진실인 듯하고, 읽고 깨닫고 실천하면 그 세계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고 느꼈다.

 

끝으로 이 책을 여드레나 걸린 이유를 적겠다. 나는 기독교 모태신앙이지만 성경이 가장 어렵다. 성경을 읽을 때는 하루에 50쪽 이상 읽은 적이 없다. 읽을수록 무엇인가 느껴지는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뜻을 완전히 파악한 것도 아니다. 성경처럼 이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성경같은 책이라서 속도를 빨리할 수 없었던 듯하다.

 

* 덧붙임 : 이 책에서는 내가 놓아버리고 항복을 하면 상대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그와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을 덧붙인다. 이 책을 읽고 있던 어느 날, 아내와 작은 갈등이 있어서 언성을 높인 일도 있다. 그때 내 마음은 아내가 너무 심한 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이 책이 구절이 떠올라서 마음을 바꿔보겠다고 생각했다. 부부간에 누가 옳고 그르면 어떤가? 억지로라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고 힘들게 이런 말을 했다.

 

“그래 당신 말이 맞아. 내가 잘못한 것 같아.”

 

아내는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에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리면서 그 문제는 묻혀 졌다. 그 뒤로 갈등 전보다도 분위기가 더욱 풀어진 듯하다.

 

어쩌면 나의 경험은 “내가 마음을 놓으면 그것이 상대에게 영향을 끼쳐서 역시 마음을 놓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을 증명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우연의 일치인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떤가? 나는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고 그것을 실천했고, 그것이 상대에게 영향을 미쳤다. 아무튼 나로서는 이 책의 내용을 실천했고, 성공을 경험했다

놓아버림, 데이비드호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