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시그마북스의 서평단 이벤트에서 받았다. 서평단을 모집할 때 출판사에서는 이 책에 대한 기대평을 댓글로 남길 것을 요구했고, 나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즐겼지만, 동화나 소설의 삽화는 그리 열심히 보지 않았습니다. 만화에서는 그림이 아주 중요하지만 동화나 소설에서는 삽화가 큰 의미가 없다고 보았나 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삽화에서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삽화를 통해 작품의 분위기를 파악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작품에서는 글에서는 이해하지 못한 것을 삽화를 통해서 이해하게 될 때도 있었습니다. 작가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삽화에서 표현되는 경우도 있더군요.   어느 때는 삽화를 보면서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아름다움이나 감동을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이 책은 아름다운 그림이 있는 그림 에세이라니 만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납니다. 그런 인연이 있었으면 좋겠군요.

 

댓글에 적힌 것이 내 마음 그대로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림이 좋아졌고, 책을 읽을 때도 삽화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책을 펼치자 아름답고 포근한 그림들에서 정겨움을 느꼈다. 그렇게 만난 책에서 받은 인상을 몇 가지만 적어보겟겠다.

 

첫째, 인터넷의 특성을 잘 살린 문체였다. 인터넷의 문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반 책의 산문같이 빽빽하게 나열했을 경우에 모니터를 통해 그 글을 보면 눈이 피곤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블로그나 카페에 올리는 글은 산문도 시처럼 구나 절마다 줄을 바꿔서 시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시처럼 쓴 산문이라고 할까? 그런 글을 쓰다 보면 쓰는 이도 절로 시심이 느껴져서 글에 리듬이 담기게 된다. 이 글이 그러했다. 산문이면서 시적인 운율이 있고, 시면서 산문 같은 사연을 담고 있는 그런 글이었다. 게다가 아르다운 그림까지 덧붙였으니 금상첨화에 비유할 수 있을까?

 

둘째, 글과 그림을 겸비한 저자가 부러웠다. 문인이면서 그림을 잘 그리는 이도 있고, 화가면서 글도 잘 쓰는 이도 있다. 저자는 예술고등학교를 나오고 그림을 통해 미술 치료까지 하였다니 후자의 경우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림이야 전공이니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어쩌면 글도 이렇게 아름답고 포근할까? ‘미술 치료’라는 용어가 생소했는데, 이 책의 삽화를 보면서 그림이 마음을 보듬는 것은 물론 몸까지 고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다.

 

셋째, 읽을수록 매력적인 책이었다. 개인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처음에 책을 펼치고 얼마 동안 읽을 때는 좀 어설픈 느낌도 있었다. 시도 아니고, 산문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뭔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 공사 간에 한창 바쁜 시기인지라 책에 몰입할 여유가 없었나 보다. 그러나 얼마 정도 읽다 보니……, 어느 순간엔가 책속에 빨려드는 듯한 나를 느끼게 되었다. 한 편의 시 같기도 하고, 명언 같기도 한 글귀 하나하나가 가슴을 파고 든 것이다. 그런 마음을 불러일으킨 이 책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은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김영랑의 시가 이 책의 분위기를 절묘하게 묘사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중고교에 다니는 여학생에게 선물하기에 최고의 책인 듯하다.

 

당신을응원하는누군가, 선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