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저자의『서가의 연인들』은 자음과모음 2기 서평단에서 열일곱 번째로 받은 책이다. 책을 펼칠 때는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남녀가 포옹을 하고 있는 표지도 낭만적이고 문학속의 연인들을 통해서 저자의 생각을 풀어놓은 책이라니 감미로울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과연 그런 책이었는지, 책장을 덮으며 떠오른 생각을 몇 자 적어보겠다.

첫째, 예상보다 쉽지 않은 책이었다. 이 책은 민, 경, 희, 연, 도 등 가상의 인물이 현실의 고뇌에 번민하다가 책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는 형식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들은 연애 때문에 고민하다가 작품 속에서 자식과 비슷한 유형을 발견하면서 공감을 통해 위로를 받거나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문제는 이곳에 소개된 11권의 책 중에 내가 읽은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내가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작품은 『돈키호테』정도이고, 제목이나 줄거리를 들어본 듯한 것이 2~3편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작품들이다. 차라리 가상의 인물인 민, 경, 희, 연, 도 등은 이해가 되었다. 그들의 사랑과 번뇌는 삶에 있어서 겪을 수 있는 소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읽고 공감했다는 작품이 내게는 생소하기만 하니 내가 어떻게 공감할 수 있겠는가?

소개하는 책의 줄거리를 상세히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상황을 유추하면서 함께 공감하려고 노력은 했으나, 역부족으로 느낄 때가 많았다.

둘째, 의표를 찌르는 인물 소개와 상황 설정에서 감탄을 했다. 『돈키호테』에서 내가 기억하는 것은 주인공 돈키호테와 그와 동행한 산초의 기행 정도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돈키호테가 마음속의 연인으로 설정한 둘시네아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둘시네아는 이상적인 여인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여인이다. 그러나 돈키호테에게 있어서 그녀의 미모자 지성은 전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상상속의 지고지순한 여인으로 그녀를 설정하고 상상 속에서 그리워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나는 돈키호테를 읽을 때 둘시네아를 향한 사랑은 거의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저자는 그녀를 서가의 여인 유형 중에 하나로 보고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첫사랑이나 옛사랑의 주인공도 둘시네아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대상은 실제는 그렇게 아름답지도 않고 순박하지도 않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다만 홀로 사랑하면서 상상 속에서 더 아름답게 채색된 존재, 현실에서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 연인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이와 같이 현실에서 있음직한 민, 경, 희, 연, 도 등의 가상의 인물들의 사랑과 문학속의 사랑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연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공감과 감탄을 보내기도 했고, 가끔은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서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속병을 앓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다양한 삶과 사랑을 통해 깨달음이 느껴졌다.

셋째, 나의 독서가 넓지 못함이 아쉬웠다. 11개의 작품 중에 내가 읽은 작품은 한 편밖에 없었다. 그밖에 예시를 든 작품 중에서도 내가 아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 나의 독서가 부족한 것인가, 저자가 알려지지 않은 작품만 예를 든 것일까? 그것의 시비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돈키호테』를 읽었기에 그 부분의 내용이 머릿속에 쉽게 들어왔듯이,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았다면 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에서 예를 든 작품들을 모두 읽어 본 뒤에 이 책을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품 속의 연인들의 사연과 저자 약력 등을 부록으로 덧붙여주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20여 쪽이 더해진다면 이런저런 부담이 늘 수도 있겠지만, 320쪽이나 340쪽이나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독자들은 그것을 통해 이 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은 물론 해당 작품에 대해 관심도 높일 수 있을 테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이 책은 어떤 책인가? 읽으면 읽을수록, 알면 알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을 만난 독자들이 많이 읽을 수 있게 되고 많이 알 수 있게 됨으로써 이 책의 가치가 더욱 빛이 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