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찌푸린 하늘만큼이나 답답한 월요일 아침.... 또 일주일의 시작이다.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은....
그 막역함을 잠시나마 잊고 오늘을 이겨낼 다가올 내일에 대한 설레는 기대이든지....
그것이 아니라면,
지난날 온몸으로 부딪히며 이겨내온 보석같은 소중한 삶의 기억들이 아닐까?
비록 누군가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자신만의 비밀스런 기억이라 할 지라도 말이다.
마치 그 어느 시절의 <스프링캠프>와도 같은.... 

또한 그 비밀스런 기억들은 현실을 견디는 것을 넘어서서...
내일을 소망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되는게 아닐런지....

정유정님의 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는 신나는 한편의 영화를 보듯.... 그렇게 붙든 책을 하룻동안에 읽어버린 재미난 책이다.
15살소년 둘과 또래의 소녀, 이상한 할아버지와 별난 개가 함께하는 서울에서 남도까지의 그야말로 정신없고 대책없는 여행기.

준호, 어린시절 집을 나가버린 아빠의 기억들을 잊지못하고 자기를 버린 아빠에 대한 상처를 안고사는.... 그래서 4살 연하의 사진사와 재혼하는 엄마의 재혼여행을 빌미삼아 친구를 대신한 여행을 감행하는.... 그리고 주어진 책임을 결국 완수하고, 여행의 동행자 정아를 지켜주고,  이야기를 이끌고가는 소설의 주인공.
 
정아. 개장수 아빠와 매맞고사는 엄마, 그리고 집나간 언니를 가족으로 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놈은 자기집의 개장수라는... 그래서 그 날도 우연히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쳐나온 길에 준호와의 여행에 동행하는, 엄마가 자기를 버려줬으면 하는 이룰 수 없는 소망을 담담히도 말하는 아이.

승주. 부유한 집안의 독자이지만 아들을 살리려 보낸 절을 못견디고 탈출을 시도한.... 그래서 결국 준호의 여행에 동행하는 철없는 덩치. 지독한 고생을 통해 훨씬 성장해버린 듯하지만.... 찾아온 엄마앞에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

이상한 할아버지. 어두운 과거의 기억들에 매여 현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감금된 정신병원에서 탈출을 시도... 남도의 섬까지 준호일행을 인도하는 동반자. 굴절되어버린 소박한 인생의 소망과 아픔을 대변해주는 또 다른 소설의 화자.

그리고 별난 개 루스벨트. 정말 대책없고 별나고.... 그래서 겪지않아도 될 고생을 다 겪게하지만..... 외로움에 홀로됨을 철저하게 거부하는 가련한 개. 그래서 결국 두아이, 버려졌던 기억을 가진 한 소년과 버려지고 싶어하는 한 소녀와 끝까지 동행하는, 어쩌면 홀로됨(버려짐)을 철저히 거부함으로 오히려 사랑받기 원하는 본능에 가장 솔직한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여행의 동반자.

이들이 보여주는 재미나고 유쾌하고 별나고 정신없고..... 그러면서도 우정과 로맨스와 연민, 꿈과 방황이 가득한 사흘간의 <스프링캠프>와도 같은 여행이 참 감동스럽다. 그런 따스한 느낌의 책을 만나서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