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출간되었으니... 사실 작품이 나온 게 4,5년전이니 꽤나 시간이 흘렀는데도 오히려 최근들어서 눈에 띄인 소설.
아마도 드라마 <선덕여왕>을 통해 미실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고 그래서 그 틈을 노린 광고덕에 알게되었고.... 유독 사람들이
손에 든 것을 많이 보게 되었든 거 같다. 한참을 눈에 거슬리다가 문득 읽게된 작품.

글쎄 상까지 받은 책인데... 그것도 1억원이나 상금으로 받고... 
그럼에도 책에 대한 평을 한다는게 참 어렵게 느껴진다. 그런 책.

1500년 시간을  거슬러 만들어낸 작품 속의 세계, 그것을 만드는 작가의 노력은 참 대단하다.
 미실의 존재는 <화랑세기>에 언급된 역사적 실체임으로 분명한 역사 속 인물이겠으나... 그 단편적인 역사적 서술만을 소재로, 
작품 속의 그녀를 형상화하고 그 삶을, 그 시대와 주변인물들을 재현하는 과정은 상상력과 더불어, 무수한 시간과 거듭 고쳐쓰는 노력으로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작품은 손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쓴다는 모 작가의 말처럼 말이다.
 
그래서 역사적 진위는 차위로 두고... 소설적인 재미와 곱씹게되는 글 속의 의미는 결국 가볍지 않은 것이다.
결국 그 속엔 작가가 말하고 싶은 삶에 대한 철학과 의미가, 특히나 미실과 1500년 전의 사회를 통해 전달하고싶은 작가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의미들이 담겨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대의 보편적 윤리... 이를테면 유교적 도덕들로 뿌리깊은 보수적 가치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성개념을 작가는 1500년 전의 보편적 윤리 이전의 사회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미실은 그것(성애를 통해서 스스로 구현한 가치)을 오히려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 것이나, 작가는 그것을 "자유를 향한 갈구"라고, 또다른 "하나의 완전한 세상"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를 일이다.  
애써 미실을 변명하려는 이부분에서 다분히 여성작가로서 전달하고 싶어한 페미니즘적인 도발이 느껴진다.

이러해서일까...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게하는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책장을 넘기기에 충분히 아깝지않은 작가의 꼼꼼한 노력들이 가득한,
눈길을 머물게하는 곰살맞는 옛말들과 의미있는 문장들이 가득한, 
불편하고도 아름다운 작품이라 여겨진다.



" 일상은 백마디 다짐과 천번의 맹세보다 더 억세고 단단했다" (319쪽)

" 성애에 대한 미실의 욕망과 상상력은 자유를 향한 갈구에서 비롯되었다. 미실은 성애를 통해 성애로부터 점차 자유로와졌다. 
----- (중략) -----
더럽거나 깨끗하고, 낮거나 높고, 천하거나 고상한 세상만사가 모두 성애안에 있었다. 성애 자체가 하나의 완전한 세상이었다."
(2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