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1월 한달....의 시간을 들여 읽어낸 황석영님의 소설 <장길산>.
과연 역사대하소설다웁게도 12권의 분량에서나, 스토리의 방대함에서나, 등장인물의 다양함에서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듯한 부분도 간혹 있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시간들이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역사적배경은 조선중기...숙종의 재임시기로 인조때의 호란과 영조이후의 조선중흥사이 민초들의 삶이 아마도 가장 어려웠을 때가 아닌가 한다. 숙종때라하는 거보다도 우리에겐 장희빈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시기로 이해하면 더 감이 올 듯...

지리적으로는 황해도를 중심한 해서지방이 주무대였다가 한양중심의 경기도일대, 점차적으로 의주, 강계, 원산, 횡성 등등으로 전국을 들락거린다. 소설 속 조선의 각 도를 구석구석 다니듯한 세심한 풍광묘사가 사뭇 감동적이기도 하다.

장길산과 그의 무리들를 중심한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과 사라짐..... 어쩌면 그 시대의 어려움을 가장 혹독하게 당해낼 수 밖에 없는 광대와 노비, 여인과 아이들, 가난하고 배고픈 백성들의 삶에 대한 깊은 애환이 구구절절하다.

"밥보다 더욱 귀한 것은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몇 자 안되는 육신을 땅위에 떠받칠 한 줌의 밥덩이야말로 가장 뚜렷하고 믿을만한 뒷배가 아니던가"
 (장길산 8권, 297쪽) 

배고픔.... 이 인간들에게 다가오는 무게감과 그 앞에 한없이 무너지는 존재의 나약함이.... 
소설을 끝없이 이어가는 힘인 것 같다.
역사를 반복하며 인간사에 고통을 주고 혁명의 이유가 되기도 하고... 
또한 결국 지금도 해결할 수 없는 인류의 치부이기도 하고...
소설이 주는 무게감은 그러한 인생사의 고통에 대한 시대마다의 저항정신이 아닌가 한다. 

물론 지금도 그 고통은 계속되어지고 있다. 
용산철거민 참사사건으로 시끄러운 2009년 1월의 이 시대 이 땅에서도... 
지금도 기아와 학대로 귀한 생명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세계 구석구석에서도... 

황석영님의 역사대하소설 <장길산>. 
그의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