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가 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원작소설.

얼마전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이야기가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와 소설로 화제가 된 것처럼 작가 이정명 씨의

유명세를 종결지어줄 만한 더없는 작품이 되었다.

 

물론 드라마는 지금 한층 달구어진 상태로 결말을 향해 달려가면서 지금껏 보여준 것 이상으로 소설을 뛰어넘는 상상과 반전을

보여줄 것인지가 사실상 궁금하기도 하다.

과연 누군가의 평가대로 원작이상의, 원작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드라마는 한창이나 전개하고 있다.

 

사실 원작소설에 세종의 한글창제 이야기가 드라마처럼 구구절절하지도 않고,

밀본이라는 비밀조직도, 정도전의 조카 정기준과의 대결구도도 없고, 백정 가리온이 나오긴 하지만 정기준은 아니다.

강채윤과 소이, 그리고 충녕대군의 어린시절의 뼈아픈 기억도 원작에는 없다. 

다만 좀더 명확하게 <고군통서>라는 책의 저자 세종과 집현전 학사들, 장영실, 박연으로 대변하는 실리중심 개혁파와 

이와 대결하는 구도로 대제학 최만리와 직제학 심종수로 대표되는 중화중심의 경학파인 보수적 사대부가 등장한다.  

과연... 드라마 결말에는 원작소설처럼 최만리와 심종수를 둘러싼 또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역시 소설이상의 새로운 소설이 쓰여질 것이지가 사뭇 기대된다.

 

여하간 이유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흥행은 수년전에 쓰여진 원작작품을 지금에 와서 다시한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얻게하고

더 나아가서 "한글"의 뛰어남과 성군 세종의 탁월함을 돌아보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 하다

 

(금일 인터넷 신문에서 읽은 기사인데,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가장 훌륭한 글자이다.

  세종은 천부적 재능의 깊이와 다양성에서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바로 유명한 소설 대지의 작가 펄 벅의 말이다. 과연 최고의 명언이다.)

나도 다시한번 소설 <뿌리깊은 나무>를 인터파크의 비스킷으로 읽으며, 드라마와 소설을 함께 보는 재미을 느낄 수 있었다

이하는 2년전에 쓴 소설서평이지만 그대로 두는게 나을 듯해서 고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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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대왕 25년(1443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역사을 배경으로한 집현전학사들의 연쇄살인사건과 사건의 수사를 맡은 
말단 겸사복(수사관) 강채윤, 사건해결의 중심이 되는 아리따운 궁녀 소이, 이야기의 맥이 되는 소설 속 가공의 금서(禁書) 
<고군통서>을 지었다는 절대성군 세종의 인간미까지 어우러지는....  역사추리소설인데...팩션이라기보다 픽션이 가깝다.

  책은 역사소설이 주는 여러가지 재미를 준다. 

  첫째, 건축적인 경험이다. 경복궁의 궁마다.... 경회루, 집현전, 주자소, 향원정과 열상진원(우물), 강녕전, 아미산 등....
그 건축물에 숨겨진 의미를 살펴보는 것은 건축, 특히 조선의 궁궐건축이 가진 동양철학적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땅과 우주의 형상을 따라 원과 사각의 의미를 가지고 지어진 향원정, 열상진원, 경회루 등은 그 건축물만큼이나 그 철학적
의미도 심오하다.
  둘째, 역사를 이해하는 재미이다. 역사책 속에서 들었던 인물들...세종과 집현정의 학사들...성삼문, 이순지, 정인지, 강희안, 
최만리... 그리고 심온, 장영실, 이종무 등의 인물들이 연결되어 그 시대적 상황을 만들어내고, 역사책 속에서 기록된 짧은 
서술들이 생생한 현실이 되어서 다가오는 느낌. 그리고 명나라와의 관계속에서 나타나는 세종의 주권적 나라를 갈망하는 고민들.
  셋째, 마방진을 풀어가는 산학와 그에 맞추어 한글을 맞추어가는 퍼즐도 재미있다. 특히 한글이 만들어진 과정들과 그 심오함, 그리고 세상 모든 소리를 나타낼 수있는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함을 감탄할 수 있는 유익함이 있다. 
  넷째, 연쇄살인을 좇아가는 추리소설이니 그 재미와 박진감이다. 꽉 짜여져서 이어지는 사건과 추적과정의 구성감과 특히나
말단 수사관 강채윤을 따라가는 재미에 소이 항아와의 로맨스까지 더하니 소설은 더할나위없이 흥미롭다. 

  물론 소설에서 주는 몇가지 당혹감도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구체적인 정황없이 사건의 배후세력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명나라 사신관과 그 세력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고군통서>이라는 금서를 설정하고 사건연결의 단서로...그리고 그 금서의 저자가 충녕대군, 
즉 20년전의 세종이라는 다분히도 팩션소설의 한계를 넘어서는 상상력.
또한 사건의 말미에서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이 소설속에서는 나름대로의 반전인 것 같은데.... 그 석연치않음은 어찜인지?
범인이 집현전 대제학 최만리가 아닌 그 수하의 직제학 심종수라는 것은 소설의 독자라면 소설속의 복선으로 암시가 되지만
어찌 수사관 강채윤은 정황과 추리만으로 알 수 있단 말인가....아무리 뛰어난 수사관이라지만 말이다.
      
서둘러 사건이 종결되고 해피엔딩이 급작스레 찾아오는 듯한 감이 없지않아 한편 아쉬움은 남는다.

소설<바람의 화원>에서의 작가 상상력은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다르지 않음이나, 그것이 역사소설의 재미를 더하는 것 같다. 그것이 기존 역사를 상상력으로 재해석하는 팩션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한다.
 
한편으로 소설<영원한 제국, 이인화 著>이 떠오른다. 정조와 그가 싸워야 했던 시대적 상황들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충실하게 
풀어간 역사소설의 고전이 아니가 한다. 이에 비해 <뿌리깊은 나무>는 훨씬 세련되고 지적인 추구와 재미도 다양하다. 
다소 지루한 긴 서술도 없고 사건의 종결도 훨씬 확실하고 여운도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아니 오히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영원한 제국>의 중량감은 이 시대의 여느 역사소설보다 무거운 것 같다. 그건 아마도 아날로그적인 과거를 지향하는 나의 편향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