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고 TV 코미디 프로그램 속에서 웃기기만 하던 여성이 있다. 어릴적 늘 가족들을 TV앞으로 끌어드리던 그녀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그저 웃기기만한 한 코미디언일 뿐이다. 단지 조금 변한 것이 있다면 TV보다는 행사의 진행과 라디오 시사 진행을 한다는 것일 뿐.

하지만, 그래서일까? 자신의 영역을 조금 비껴있어서일까? 그동안의 그녀는 결코 순탄치 못한 생활들을 해왔다. 연일 방송 매체의 뉴스에 화두가 되어 코미디 프로보다는 시사적 뉴스에서 얼굴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인물이 되었다.

그런 그녀가 그동안의 삶을 글로 나타냈다. 그저 웃기다가 죽음을 맞고 싶다는 그녀가 웃지도 못하게 만든 현실에 대해 “웃기고 자빠졌네”하며 실소를 터뜨리고 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정치적 누군가의 편이 되어, 편협된 방송을 했다는 오보가 쏟아지고, 그로인해 억울하게 밥줄이 끊기기 일쑤다. 그녀는 이제는 그런 것 또한 너무 많이 겪어서 무덤덤해졌다고 한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거대한 세력과 힘겨운 싸움을 했던 과정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세상은 약한 사람에게 한없이 더 강해지고, 결국은 짓밟고 눌러 항복하게 만든다. 결백을 주장하며 아니라고 말하면 더 큰 힘으로 반박하다 결백이 증명되면 “아니면 말고...”로 끝을 낸다. 결국은 약자만 큰 상처를 입게 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늘상 들어오던 힘의 횡포이고, 그녀 역시 똑같은 일을 수없이 당해왔고, 앞으로도 닥칠지 모른다.

 

대선을 앞두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국민이 좋아하던 나라의 한 인물을 잃었을 때, 울면서 다짐했다. 다음번 나라의 큰 인물을 뽑을 때는 꼭 잘 골라서 후회되지 않는 한 표를 행사하겠노라고. 그런데 지금 다시 또 그 자리에 있다.

서로를 헐뜯기만 하는 유세를 연일 접하면서 귀가 아프다. 누구를 위해서 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입을 막는 정권은 이제 그만 만났으면 좋겠다. 말이 통하는 건 고사하고, 말은 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그야말로 너무도 당연하고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 이승환.... 소신있는 방송인들이 맘껏 방송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하는 책임이 느껴져 어깨가 더욱더 무거워진다.

 

힘들지만 그녀는 행복하다. 참 잘 만났다 생각되는 남편과 아이, 그녀를 격려하고 함께해주는 동료들, 마음으로 품어주는 동네 사람들까지. 어쩌면 이리도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을까 부럽기도 하다.

사랑한다는 말에 잠결에 대답을 “냐...옹...”이라 하는 남편이 모습이 그려져 나도 한참이나 웃었다. 아버지 같으면서도 친구같은 남편이 모습이 너무 좋아 힘든 그녀의 옆에서 지켜주고 있다는 것에 왜 내가 고맙기까지 한걸까?

묵묵하기만 한 내 남편에게 이 책 제대로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려고 한다. 당신의 듬직한 모습도 한없이 좋지만 가끔 “냐...옹...”도 좀 해줄 수 있는 남편이었음 좋겠다고 말하면서...

 

다음날 출근을 걱정하며 새벽녘까지 손에서 뗄 수 없는 책이었다.

진행중인 동네의 “순악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나도 꼭 그곳에 가보고 싶다.

함께 동참하고, 그녀의 소신을 듣고, 배우고 싶다.

조금은 혼란했던 내 일상에 정리를 할 수 있는 힘을 준 책이었다.

 

 

 

 

“할머니 한 분 한 분이 돌아가실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막내가 팔순을 훌쩍 넘긴 이분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머니들 맺힌 한을 풀어드릴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린 모두 역사 앞에 죄인들이다” p.182 나눔의 집 생활중에서...

 

 

“나는 안다. 어떤 이념도 아이들의 밥 한 끼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어떤 종교도 한 여성의 자유보다 소중하지 않다는 것을, 어떤 권력도 한 가족의 단란한 식사보다 대단치 않다는 것을...... 그들이, 그리고 작은 거인 김영미PD가 가르쳐준 잊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진리다.” p. 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