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은 『인생학교』라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주축이 되어 주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배워야 할 것들에 대해서라면 늘 정신적이고, 고결한 것들만 꼽던 것이 우리의 정서였지만,

인생학교의 그런 기대를 깨주는, 그러나 매우 수긍이 가는 6가지 주제를 꼽았다.

정신, 섹스, 일, 시간, 돈, 세상.

아마도 이 중에 우리 사이에서 가장 덜 다루어진 이야기라면 바로 섹스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주제에 관해서라면 알랭 드 보통이 정말로 잘 쓸 수 있는 작가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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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섹스의 기쁨 / 섹스의 골칫거리들.

그 큰 주제 아래 몇몇 눈에 띄는 소제목들 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는 전자제품 설명서는 읽지 않지만 책의 목차는 무조건하고 유심히 본다.)

 

- 왜 모두의 성생활은 '매우 이상'한가?

- 사랑과 섹스는 왜 함께할 수 없나?

-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 섹스와 결혼의 평화로운 공존

- 고결한 인간 본성을 일깨워줄 미래의 포르노

- 감정의 신성화 경지에 오른 결혼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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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라는, 우리 정서에는 다소 직설적인 단어가 이 책에서 꼭,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의미로만 쓰여진 것은 아니며

특히나 혼전보다는 결혼후의 생활에 대해 다루고 있기에, 더욱더 '인생학교'에 걸맞는 컨텐츠라 하겠다.

운전을 한다고 차를 잘 아는 것은 아니듯, 섹스를 한다고 성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가부장적인 제도에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또한 나처럼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금기시되는 이야기이니 우리는 결혼전엔 성과 섹스에 대해 건전하게, 자세히 알 수 있는 통로가 별로 없다. 

그러니 각자의 개똥철학으로, 혹은 옆집 언니(옆집 형)의 개똥철학을 별 의심 없이 믿고 받아들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권한다. 좀 더 깊게 생각해 볼 것을. 

우리의 사랑은, 우리의 결혼은, 우리의 권태는, 우리의 바람은 나와 우리에게만 특별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니

인류 공통의 그 무언가에 대해, 우리 뇌의 작용에 대해, 우리 사회의 특수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고.

그 가운데서 보편성을 발견하고, 대비하고, 노력하고, 사랑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