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역사. 조선시대의 기록.

왕이 기록하지 말라 한 말까지 기록했고, 기록으로 부족하면 그림으로 남겼으며, 결코 왕권에 의해 조종당하지 않을 수 있었던 우리나라의 기록들.

그것이 새삼스레 자랑스러워졌던 것은 허성도 교수, 신병주 교수 등 인터넷에서 알게 된 몇몇 강의 혹은 강의녹취록을 통해서였다.

그들의 한국사 강연을 듣다보면, 나는 왜 이제껏 조선시대는 답답하고 병폐 많았던 시대로만 인식했던건가 혼란스러워졌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기록을 좋아했던 민족이며, 세계기록유산이  11건으로 공동 세계 4위라는 것이 그제야 새롭게 다가왔다.

훈민정음. 1권. 

조선왕조실록. 2077권. 

직지심체요절. 2권. 

승정원 일기. 3243권. 

고려대장경판 81258판 + 제경판 5987판 

조선왕조의궤. 3430권. 

동의보감. 25권. 

일성록. 2329권.

518민주화운동기록물 4271권. 

새마을운동 기록물 각종 문서 22000건 

난중일기. 7권

문학이나 예술작품 하나하나 기록 유산이 카운트되어 1,2,3위를 차지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방대한 양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그것이 너무 많다 보니, 아직 번역되지조차 못한 기록물들이 더 많다는 건 매우 슬픈 일이지만 말이다. (도대체 우리가 낸 세금은 어디로 가는건가!)

 

선조들이 그리도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했건만, 불행하게도 한국 현대사의 기록물들의 상황은 암담했다. 말해 무엇하리.

노무현 대통령은 기록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시스템을 바꾸었으며, 엄청난 기록들을 남겼다. 퇴임 후 봉하로 내려가게 되면서 쉽게 열람할 수 없기에 (전임대통령이라면 언제든 직접 가서 복사가 가능한 ) 기록물 사본을 봉하로 갖고 내려갔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보수언론과 보수당이 기록을 은폐 및 조작하려 한다는 둥 어이없는 공격을 했었으니; 

 

노무현대통령은 기록에 충실하다 못해 사명감이 넘쳤던 것 같다. 다음정부가 열람할 수 있도록 그가 남겨둔 비밀기록도 총 9700여건에 달한다. MB가 박근혜정부에 넘겨준 비밀기록은 하나도 없다는 것과는 극적 대조를 이룬다.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고, 기록을 담당했던 윤태영 비서관의 책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무슨 기록이든 조작되고 은폐되는, 권력이 미치지 않는 기록으 측면에서는 조선시대만도 못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우리는 세세히 드러나는 대통령의 기록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으니까 말이다. 소소한 일화부터, 크고 작은 정치적 사건 속 대통령까지, 그는 정말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또 기록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눈 앞에서 그를 만나고, 함께 호흡하는 듯, 정말로 생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덮으며, 기록을 허하는 대통령, 기록 가치가 있는 대통령이 우리에게 다시 찾아올 수 있기를 꿈꾸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