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배상문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나의 기억력이 대단하진 않은 편이지만, 내게 있어 글쓰기 책 딱 하나만 추천해달라면 단연 이 책을 꼽을 것이다. 저자가 유명하지도 않을 뿐더러 베스트셀러인 책도 아니었는데 이 책을 알게되고 읽게 된 건 그야말로 보석같은 일이었다. 더불어 글쓰기 톤도 내 취향은 아닌데 (나는 외유내강형 스타일의 글을 좋아한다. 황현산님의 글과 같이.) 어랏. 읽다보니 저자의 담백한 말투에 중독되기도 하다.

제목부터 위트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의 패러디이다. 말장난을 즐기는 사람은 싫어하지만 저자는 말장난을 적절히 활용해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주제조차 위트있고 부드럽게 문장을 끌어가고 있다. 저자는 일년에 천권정도를 읽는 다독가로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의 주장에 다 동의하는 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의 글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전혀 모르기에 신뢰도도 전혀 없는 작가가, 이상하게도 독자를 매혹하고 있었다. 아마도 다독을 바탕으로 한 내공은 그에게 탄탄한 설득력을 선물해 준 것이 아닌가 싶다. (나도 그런 재주가 있는 블로거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내 추측으론 20대 초반의 작가지망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작가가 아니라도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 또한 타겟이 될 것인데, 스토리텔링을 잘 하고싶은 블로거라면 이 책은 나를 위해 쓰여졌다고 생각하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저자 또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책의 1부 첫번째 꼭지에서 다룬 글이 바로 '블로그를 운영하라'는 글이었다. 저자의 블로그는 비록 공감/덧글의 소통은 없는 블로그인지라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와는 성격에서 차이가 있고, 저자의 블로그에 대한 철학도 나와는 차이가 있다. 그 뿐 아니라 여러군데서 나는 저자와 의견이 충돌한다. 하지만 그의 '글빨'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서 나와 다른 생각이라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가 있다. 또한 그의 '글쓰기' 방법은 블로그에 글쓰기 방법과도 다르지 않다. 글쓰기능력에 늘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블로거들에게는 정말로 실제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기에 이제까지 섣불리 소개하질 않았던 보석같은 책이라 하면 이 책의 진가를 짐작하실 수 있으시려나. ^^

+ 밑줄긋기

독자층을 넓게 잡으면 글의 힘이 떨어지게 된다.

독자들이 당신이란 '인간 자체'에 흥미를 느끼게끔 글을 써야 한다.

내 글이 좋아서 내가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좋아서 내 글도 좋은 독자를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포스트의 본문 편집만은 당신이 아니라 독자의 마음에 들도록 꾸며라. 본문은 나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독자를 위한 공간이다.

"심드렁한 독자 수천보다는" 제대로 알아주는" 열 명을 향한 글쓰기! 그 열 명을 정말 내 '팬'으로 만들 수 있다면 수백 수천도 결국에는 따라오게 되어 있다.

큰 틀에서 보자면 "자꾸 써 보면 알아"진다는 말은 대체로 옳다. 한 번 써 본 것과 열 번 써 본 것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겠지만, 열 번 써 본 것과 백 번 써 본것에는분명히차이가있다.

쉽게 쓸 수 있는 글을 어렵게 쓰지 말고, 짧게 쓸 수 있는 글을 길게 쓰지 마라.

e북으로 읽었고, 밑줄긋기를 어딘가 다른 데다 해 두었는데, 몇 가지 순서없이 끄적인 것밖에 남지 않았기에 밑줄긋기는 더 많았지만 그 중 몇 문장만 옮겨보았다. 옮겨쓰느라 오랜만에 e북을 펼쳤더니 신선한 마음으로 다시 읽고싶어져서 조만간 한 번 더 읽으려 한다.

강추하는 책이라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 첫번째 소개한 책처럼, 이 책 또한 내 견해와 저자의 견해에서 많은 부분 상충한다. 하지만 명색이 글쓰기 책이라면 저자의 글빨은 있어야 하지 않은가? 글쓰기 관련 책은 1년에 꼭 몇 권씩은 읽는 편인데 이 책처럼 저자가 글빨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까지도 설득할 수 있게, 설득까지는 못할 지라도 끄덕이며 읽게 만들 수 있는 글을 쓴 저자라면 글쓰기 관련 책을 쓸 자격도 충분하거니와, 여러모로 본받을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다른 책 『아이디어 에러디어』도 좋았고, 『창작과 빈 병』은 e북으로 나와있지 않아 구매를 못했던 것이 생각나 이번에 한국 가는 남편을 통해 주문을 할 참이다. 조만간 이 저자의 다른 두 책도 포스팅할 수 있기를 다짐하면서.